2018년

이제 여기 오지 마라.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9. 3. 10:56

꿈이다.

사찰의 일로 고민하는 나에게 불성이, 무의식이 정확하게 말해주었다.

이제 여기 오지 마라.

그 말만 들었으면 깊은 고뇌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이 곳에서 나를 거부하는구나. 나는 까인 거구나. 내가 여기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하열한 것이구나. 내 스스로가 그리 생각하는 것이구나.

그런데 그 명령장을 받기 전에 어떤 한 사람과 나, 이렇게 두사람이 상을 받았다.

그래서 오지 마라는 그 명령을 나름 좋게 해석했다. 


어찌되었든 그런 명확한 꿈을 꾸고 나서도 여러가지 상황들에 취해서 오지 마라고 한 그곳을 계속 다녔다. 괴로운 일이 생겼다.

내가 그 메세지를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 상황이 분명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지고 절절해졌다.

정말 불성의 이끄심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의 말에 끌려 헤맨다면 더 괴롭지 않을까.

지금 몇 주를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내가 머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하다.

불자이므로 모든 것을 참고 받아들이라고 한다. 떠나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주치의이자 아버지인 불성은 지금은 떠나있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따르는 것이 맞겠는가?

이기심과 아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인가, 이기심과 아상을 완전히 떠난 부처님인가?

그러니 부처님의 뜻을 따르는 이에게 조언하고자 할 때에는 그 사람에게 정말 좋은 것이 무엇인지 사심없이 고민할 마음이어야 한다. 상황을 어느 정도는 있는 그대로 알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금 나는 그곳에서 편하지 않은 상황 속에 있다.

돌이켜보면 신기하다.

'하필이면 그날따라'를 여러 번 언급할 정도로 내가 화를 참지 못할 상황들이 조성되었고 일을 벌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될까봐 이제 오지 마라고 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건이 터진 지금은 이미 늦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내가 계속해서 머무르니 이렇게 해서라도 내가 그곳을 떠날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나의 뜻을 아신다.

나의 뜻을 아시기에 이런 메세지를 보내신 것이 아닐까.

내가 뜻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은 부족함이 있으니, 더 충분히 배우고 단련하고 나서야 그곳을 마주하기 바라시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아침 산책을 통해서 정리되었다. 더없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