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 어감이 참 공격적이라 부담스러운 단어다. 전투도 아닌 상황에 저격을 입에 올리는 이가 있고 그에 편승하는 이도 있다. 가끔 누군가 어떤 말을 하면 내가 아는 그 의미가 맞을까를 확인하거나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사전을 검색한다. 저격은 무슨 의미일까? 저격은 일정한 대상을 노려서 치거나 총을 쏜다는 의미라고 사전에 나온다.
일단 나의 글마다 저격 운운하는 이가 있는데 내 글의 목적에 일정한 대상을 노려서 치는 뜻을 담지 않는다. 같아 보이는 현상도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식 하나를 만들어도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지은 밥 한공기와 장사하는 이가 돈을 번다는 생각만으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여 만든 밥 한공기는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밥 한공기일 뿐이지만 그 밥이 다르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물론 내 글을 밥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 의도를 뜻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글을 적을 때 현상에 대한 생각, 의견을 적는다. 나에 대한 것일 수 있고 외부상황에 대한 것일 수 있다. 어떤 주장에 대해 반하는 의견을 적었다고 저격운운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왜냐하면 저격의 의미를 염두에 두고 글적지 않기 때문이다. 바른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적는 글이며, 하나의 주장에 대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적는 글이다. 주장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글이 저격이라면 세상에 많은 글들이 저격이며 사라져야 한다. 또 내가 저격했다고 치자. 나를 비난하면서 내 글들에 적어오는 직접적인 저격(글 적는 이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저격이다)은 왜 괜찮은 것인가.
자신이 이해한 법을, 경험을, 또는 선지식의 글을 공개된 곳에 게시하는 것은 인연따라 읽으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으며, 그것은 곧 읽고 동의하든 의구심을 품든 반대의견을 내든 각자 자신의 근기따라 사유하고 표현할 자유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표현이 공개된 게시판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벗어난다면 제한되는 것이 맞겠지만 말이다. 카페에서 글을 적을 자유가 주어졌다면 그 글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자유 또한 주어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맞지 않은가. 그러니 주장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적는 글이 불편하다면 내가 해결해줄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다스릴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의견에 확신이 있다면 남들이 무어라 하든 대체로 편안하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바르다는 확신이 있다면 다른 이가 무어라 하든 사실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다. 또 우리가 배우는 법은 사람의 세치 혀로 허물어뜨릴 수 있는 법이 아니다. 그러니 무엇이 바른가를 고민하며 배워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배우고 고민하는 사람일 뿐이다. 법을 배우는 목적이 바르게 아는 것에 있지 나를 세우고 남을 비판하는 것에 있지 않으니 내가 이해한 것이 바르지 않다면 지금 이 순간 다 던져버리고 새로 배우면 된다. 그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바른 것을 배우겠다는 나를 잡고 비난하는 것이 크게 중요한 일같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말하길 경전을 읽으시라, 내 글은 개인의견이니 아 그럴수도 있구나 하면 족하다고 해왔다. 하나만이 옳다는 주장에 대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은 글이라고 적어왔다. 그러니 촉각을 곤두세우고 내 글이 어떤 의견에 대한 글인가를 살피는 집착하는 마음을 먼저 다스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내 글의 뜻을 '나만 옳고 다른 이가 다 틀렸다'고 받아들이는 그 비껴나간 시각을 바르게 조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감정에 치우쳐 편안함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으며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의 나쁜 감정일 뿐이데, 그건 내가 어떻게 해주기 어려운 일이다.
끝으로 왜 이 글을 적는가에 대해 조금 적고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모든 반응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카페가 아니니, 왜 누군가 글마다 저격글이라 하고 보기 불편하다고 하면서 실로 불편함을 조장하는데 굳이 글을 적는가에 대해서 한번은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글을 쓸 것이기에 내 마음에 자유를 주고 싶었고 내 글을 읽는 이들이 글을 읽을지 말지 선택할 때 나의 뜻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든지 부처님의 법을 나누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아니면 별 의미가 없다. 오늘 이 글, 참 쓸데없다 생각들면서도 나름 의미있다 생각한다. 어떤 글이나 그러하지만 가볍게, 쉽게 적는 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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