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종교의 가르침과 세상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말.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0. 26. 20:14

누군가 이런다. 기독교인들이 과거 한 종족을 사라지게 만들었던 역사적인 기록을 내보이며 '이것을 불교적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고 물었던 것 같다. 그에 대해 나는 불교의 인과응보, 인연과보를 들어 말했다. 그랬더니 '불교는 자비, 기독교는 사랑을 말하지만, 단지 이데올로기같다. 세상은 그와 너무 다르다. 그런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부럽다.'고 한다.


그런 마음으로는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동시에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의 답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하고 있는 이에게 어떤 답이 마음에 닿을까. 그래도 간단히 내 의견을 적었다. 혹시라도 보고 누군가는 참고가 될지 모르니.


만약 불교에서 답을 찾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인연된 하나의 가르침을 차분히 오래도록 공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힘들어서,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불교를 찾았다고 말하면서 왜 진득허니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지 않는가. 가장 기본적인 인과응보, 인연과보의 이치만 새겨도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내 마음 편하기 위해 망상에 젖어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보이는 것이니 밝고 명확하다.


왜 한 종족은 기독교인들에 의해 사라졌을까. 그럴만한 인연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이유없는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 또 만약 이유없는데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탐진치에 휩싸인 사람들에 의해 그 순간 일어난 일이며 이것으로 새로운 인이 심어졌다고 볼 수 있다. 왜 사랑을 강조하는 종교의 추종자인 기독교인들이 사랑을 펼치지 않았을까. 진정으로 기독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이해한 사람들이 아니었을지도 모르며, 기독교의 가르침을 받아지녔더라도 그 순간 그 사랑에 견고하지 않고 어리석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어지럽다고 종교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 이치는 늘 살아있고 그 이치대로 세상은 돌아간다(불교를 공부하면 이게 보이는데, 어찌 종교와 세상이 달리 있다고 할까). 세상이 종교의 미덕과 상반되는 일들로 만연한 이유는 탐진치에 눈이 먼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그것이 안되면 화를 내고, 여전히 욕망에 사로잡히니 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는 세상이다. 세상이 어지럽다고 종교를 한낱 이데올로기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종교는 누가 무어라 해도 실상이다.


쉽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부럽다? 그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치를 알게 되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가깝다. 물론 살아가면서 마음에 들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이리 저리 튀지만, 결국 드러난 현상의 이면을 가늠하면서 수용하게 되고 나를 돌아보게 되고 세상이 더 밝아지기를 기원하게 된다.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마음을 채우고 있는 딱딱한 생각을 힘들어도, 두려워도 내려놓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좋지도 않고 밝지도 않은 생각을 고집해서 얼마나 빨리 행복에 이를 수 있겠는가. 불행의 자락을 온 힘을 다해 쥐고 있으면서 행복을 바라면 아주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고 싶다면서 행복할 길을 마다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