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기 싫은 사람이 있었다. 어떤 행사가 있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안갈줄 알았던 그가 버스에 함께 올라탔다. 잘 안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버스에 음식이며 찬조금을 출현한 이들을 거론하는데 그 사람이 빵을 냈다고 했다. 좋아하는 크림빵을 잘받아두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의자 뒷쪽에 붙어있는 수납용 그물망으로 휙 던져넣었다. 그의 마음이 묻은 음식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어떤 생각이 마음에 닿고서야 부끄러운 마음으로 빵을 다시 원위치로 돌렸다. 빵을 맛있게 다 먹고 나서 그 사람에게 '빵 잘먹었다'고 이야기를 건넸다. 살짝 스치는 얼굴에 희미하고 겸연쩍은 미소가 흘렀다.
사연을 적자면 이렇다. 며칠전에 그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보시를 하면 되겠다.' 그는 다른 이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 같았다. 늘 사찰에서 이리 저리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편이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담을 아무렇지 않게 퍼부었고 마음에 들면 웃었다. 아이같았다. 사찰에 보시금을 얼마내는 것이 자신의 큰 목표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문득 법화경에서 자신의 근기따라 수행을 하는 보살들을 언급한 구절들이 생각났다. '그래, 그 사람은 인색하지 않고 보시에 뜻을 두니 보시로 수행하면 되겠구나. 그러면 되겠어.'했다.
그랬다. 그런 생각을 했고 보시가 그가 할 일이라고 마음으로 결론냈다. 그런데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그가 버스에 올랐고 빵보시를 했으며 보시를 운운한 나는 그 말을 잊어버리고 그의 보시를 거부했다. 마음 묻은 빵이 먹고 싶지 않다고 던져버렸으니 나의 생각과 말이 어떻게 진실이라 할까. 순간 부끄러워졌다. 만약 생각과 말을 지키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진실한 불자가 될 수 없으리라. 법계의 누군가가 이리 말하지 않겠는가. '그래, 너는 그리 생각하는구나. 그럼 그렇게 해볼까. 자, 이제 너의 원대로 되었다. 그런데 너는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늘 말, 글과 내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크림빵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진실함을 갖추기 위해 여전히 많은 빈틈을 채워가야 함을 실감했다. 무엇이 만들어낸 상황인지 모르지만 보시를 한 그는 보시해서 좋고 보시받은 나는 그를 향한 내 마음을 다시 돌이켰으며 자칫 거짓말장이가 될 수도 있는 불자의 처지를 알게 되었으니 두루두루 유익한 일이었다. 불자는 사람에게 배우고 상황에게 배운다. 어디 하나 배우지 않을 곳이 없다. 그 날 나는 크림빵에서 나를 반성했다.
'2019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가리는 것이 필요할까. (0) | 2019.06.11 |
---|---|
대상에 따른 설법이라는 이해가 필요하기도 하다. (0) | 2019.06.11 |
문득 다시 읽은 쪽지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0) | 2019.06.10 |
자력이 다해야 타력이 나타난다는 말 (0) | 2019.06.07 |
유마경을 읽었던 기억 (0) | 2019.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