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갈등이 있었던 사람이 갑자기 합창단을 관뒀다.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하는데 인사말도 없이 단톡을 그냥 빠져나갔다. 한때는 집안 일이든 무슨 일이든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던지라, 또 단톡에서 빠져나간 사실에 안도감마저 들었던지라 '내 마음씀이 이래도 되는가? 내가 한 발원(?)이 이루어진건가? 이루어져도 좋은 것은가?' 살짝 혼란스럽기도 고민스럽기도 했다. 가급적 허물되는 삼업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디 쉬운 일인가? 뜻을 세워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리 저리 움직이는 마음이다.
오늘 합창연습을 앞두고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안그래도 12월이 되면 나이많은 우리 파트의 단원 한 분이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는데 소리크고 노래 잘하는 갈등 여인의 빈자리로 인해 분위기가 이상해지거나 쳐지지는 않을까. 그리고 오늘이 되었다.
부처님 법은 묘하다. 새로이 두 사람이 들어왔다. 지난 주에 들어온 사람까지 새 단원이 3명인데 모두 다른 파트 사람들의 인도로 왔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다면 다른 파트로 배정될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발성을 확인하고 두 명이 우리 파트로 배정되었다. 두 명이 나가고 두 명이 들어오는 셈이다. 수고하지 않았고 애 쓰지 않았는데 그냥 채워졌다. 추워진 날이었지만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좋은 분위기였다.
가만히 생각하니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필요한 부분은 다 채워줄테니 네가 해야 할 부분을 열심히 해나가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방향이 같은 분을 태우고 오면서 갈등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좋은 이야기가 아니니 좋은게 되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 정도 된다) 오른쪽으로 차선을 바꾸려다가 뒤쪽에서 오는 차와 접촉할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놀라거나 위험한 느낌이 아니라 그냥 그랬고 알았고 피해졌다. 순간 구업짓지 말고 마음 바르게 쓰라는 법계의 소리같아 마음을 다시 한번 추스렸다.
불법에 들어온 자, 타인을 비난하고 원망할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은 나에서 시작되고 나에서 끝난다. 극락을 만드는 것도 지옥을 만드는 것도 나다. 안좋으면 내 잘못이 있었음을 알아 참회하고 좋으면 복쓰고 있음을 알아 새로이 복짓는 그런 날이라면 눈물 지을 날은 점점 멀어질 것이다. 합창단 들고 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내 허물 짓지 않기를 좋은 인연이기를 소망한다. 하루 하루 사는 것이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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