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명상교실을 다닐 때, 그곳이 나에게 좋은 곳은 아닐 것이라는 힌트는 수차례 주어졌던 것 같다. 꿈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불보살님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적고 싶어서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빠르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모습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왜 나는 빨리 끊어내지 못했을까. 돌이켜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과 느낌을 끊임없이 받아 왔는데 왜 상당한 시간을 보내면서 몸의 해를 입는지도 모르면서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내 어리석은 고집 때문이다. 먼저 나는 그곳이 조계종 출신의 스님이 운영하는 곳이고 대단한 법맥을 따라 내려오고 있는 비전을 전하는 곳이며 내가 우호적으로 믿고 있는 이가 사람들에게 추천한 곳이라는 인식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따라서 아무리 꿈을 통해 '그곳이 특별할 것이 없다', '그 수행이 너의 몸에 이상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내면이 메시지를 전해와도 그런 상황을 애써 아름답게 포장해서 문제없는 것으로 인식하려고 억지 노력을 해왔다.
예를 들어 초장기에 꾼 꿈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꿈속에서 나는 어떤 작은 집에 새로운 옷(입던 옷을 빤 것 같은 느낌의 티셔츠)을 입고 들어가고 있었다. 명상센터에 대한 꿈이라고 이해되었는데, 좋지 않았다. 집도 너무 작았고 옷도 단지 더럽지 않을 뿐 낡은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그 옷이 내가 입던 옷이 아닌 새로운 옷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명상센터는 좋은 곳일 거라고 애써 낙관했다. 꿈은 이것 말고도 서너 차례 더 꾸었는데 그때마다 긍정적인 해석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다.
또 지적으로는 어땠을까? 경전에서는 하나같이 불보살님들을 중생이 찾아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놓았다. 불보살을 멀리하는 우리 마음이 문제인 것이지 가까이하고 찾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보살이 너무 먼 존재이니 현생의 복을 찾기 위해서는 그보다 하위의 존재들에게 기도해야 한다고 하니 정말 정말 이상했다.
(사실 지식적인 측면에서 이상한 것들이 이것말고도 더 있지만 그건 차차 글로 적을 일이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 내면은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물론 전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고 내면이 전하는 것이 아닌 삿된 존재들의 농간이 끼어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그러하다'라고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그런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수행을 하여 마음이 맑아지기 시작하면 내면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명확하게 전해지기 시작하리라 생각한다. 그때는 위의 내 경험처럼 자신이 정한 잣대에 어리석게 묶여서 잘못된 상황에 오래 매이지 않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이상한 건 이상한 것이므로 이상하다는 느낌과 생각이 팍팍 전해지는 것이라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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