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사의 무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6. 19. 08:03

가사를 수한 출가스님에 대한 공경을 강조한 글을 읽었다. 가사를 입게 된 그 인연공덕의 지중함, 그러니 함부로 대하면 큰 화가 된다는 이야기, 스님은 한시도 마음놓지 않고 수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법문을 한 스님의 입장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출가스님을 바라보는 불자로서 조금 이야기하고 싶다.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불성을 가진 존재로서 모든 존재를 귀히 바라봐야 하는 불자에게 출가스님을 귀히 바라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더욱이 세속의 욕망을 끊고 한 생을 바쳐 구도하겠다는 뜻을 지녔다면 그 얼마나 귀할 것인가. 그런데 나는 공경을 앞세우기 전에 스님들이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출가를 왜 했는가. 각각의 이유로 출가를 하여 지금 무엇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가. 자신의 출가수행이, 그 구도의 빛이 만 중생에게 회향되고 있는가. 이런 고민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공경을 내세우는 전에 그 부분을 먼저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사를 수한 것만으로 함부로 대하는 것이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면 가사를 수했음에도 막행의 모습을 지속하여 불자의 마음을 산란하게 한 그 책임은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출가스님도 수행의 과정에 있기에 탐진치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돌이키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반면교사를 삼는 것 외에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배우기도 어렵고 함께 하기도 어렵다. 물드는 것도, 산란함에 드는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스님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지만 법을 알려주거나 복을 베풀어 삶을 밝혀주는 선지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업자득 외에 무엇을 말하겠는가.


인연맺은 사찰에 나가기 싫은 이유 중 큰 하나가 주지스님이라면 그것은 누구의 허물일까. 이것에 대해 지난 3년간 고민했다. 친밀하여 어떠한지 알아질 기회가 많아질수록 싫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왜 출가했지?싶었다. 인연이라 생각했기에 오랜 시간 오르내림 속에서 고민했다. 불법안에서 스님이 밝아지기를 발원했다. 그렇게 넘어가기를 정말 바랬다. 이 지점에서 '절은 스님때문에 나가나 부처님 만나러 가지'라는 말을 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부처님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으며 부모님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법문을 하는 스님이 주재하는 사찰이 나는 기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과하다 할지 모르지만 그분이 주재하는 일들에서는 쇠퇴함이 느껴진다. 오랜 고민 끝에 이제는 다한 인연이라 생각하며 그 스님이 주재하는 곳에 나가지 않는다.  


불법과의 인연이 어떠한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가사장삼을 둘렀다고 그것이 곧 불법의 깊이를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으로 가사의 무게가 지중하다면 보는 이에 앞서 입는 이가 그 무게를 느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생각이다. 나는 출가스님을 존중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 세상을 떠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 대단한 일이 참으로 좋은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