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결정을 하라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8. 8. 15:32

법화경을 노래로 선보이는 종단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통보한 상태이지만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일이었다. 합창단에서 함께 참석하자고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연습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집에서 연습하면 된다고 했고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자리 선정시 고려해준다고 했고 마음이 불편해서 그러하다고 하니 이것만 참석하고 나서 합창을 할지 말지 결정하라고 했다. 합창단 간부인 팀원을 통해 불참을 다시 통보했다.


그러다가 그제 장애인 시설에서 전화가 왔다. 딱 행사가 있는 그 날 일을 좀 해줄 수 있냐고 했다.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다음날 알려주겠노라고 이야기했다. 합창단에 내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최종 상태를 확인하고 답을 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마도 행사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한 마음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깨끗하게 처리되지 않은 일에 대해 명확하게 너의 마음을 결정하라는 메세지 아닐까. 다음날 전화를 해서 일을 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하고 나니 간부 팀원에게 전화가 왔다. 나의 입장을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 날의 행사가 다시 없을 기회임을 알지만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나에게 팀원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사람들이 늘 그렇게 말하지만, 그런 기회가 또 생긴다며 웃으며 이야기해주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어느 일이나 다 마찬가지 아닐까 싶었다. 그 날의 합창이 다시 없을 기회이듯,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일들이 다시 없는 기회이다. 같은 것은 없지 않은가.


오늘은 결정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휩쓸리는 나에게, 또 그런 나로 인해 같이 휩쓸리는 이들을 위해 명확하게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한 상황을 적어보고 싶었다. 결국은 나의 결정, 나의 뜻이 있고 나서야 모든 것들이 움직일 수 있으니 결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나는 참 답답한 존재였을 것 같다. 수행이 깊어지면 좀 더 명확해지고 그로 인해 빠르게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헤매고 있다면 결정하라. 그래야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