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인가는 내가 적은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 같은 글들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순간이 있다. 지금도 그런 것과 영 멀어진 것은 아니지만, 조금 다른 마음이 되기도 한다. 모든 글에 대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글에 대해 내 생각을 다시 적는 것이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그 글이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불교를 공부해보니 그렇다.
일전에도 적은 적이 있는데 통틀어보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의견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튼 자신이 보고 이해한 것으로만 법을 주장하게 되기 마련인데 조금 더 열린 마음이 되면 어떨까 싶다. 나뭇잎 하나를 가지고 숲을 보았다고 말하면 너무 성급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온전히 통틀어보지 못하더라도 공부가 지속되면 어느 방향에서 보는가, 어디를 보는가에 따라 다양한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말하면서 바른 것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경시한다. 머리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말하면서 그저 마음을 놓아버리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이제껏 지어온 강력한 허상의 그림자 속에서 오랜 시간 머물게 된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허상의 조종을 받아 허상의 놀음을 되풀이하게 된다. 아쉽게도 그게 현실이다.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머리로 알아도 그것을 극복할 힘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상한 일이지만 허상을 극복할 힘은 허상을 잘 이용한 수행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수행하는 길에 꿈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끔 나를 이해하는 방편으로 활용하는데, 스스로 평가하자면 꽤 유용하다. 물론 집착하지 않도록 순간순간 돌이킴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허상이지만 그 허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허상임을 실감하고 넘어설 힘을 키워감이 수행이다.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