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들이는 자가 있고 물 드는 자가 있다.
좋은 것으로 물을 들이고 싶고 좋은 것으로 물 들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상대를 바라보면 나라는 환경 속에서 좋은 것으로 물이 드는가 의구심이 든다.
혼란스런 나를 바라보면 당신이라는 환경 속에서 흐린 것으로 물이 드는가 근심이 든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불안정해졌고 불편해졌고 불행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이런 생각을 한다.
당신이 충분히 좋은 것으로 물들지 못함은 나의 좋음이 충분히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치는 햇살이 당신을 만나 녹이지 못함은 꽁꽁 얼어붙은 당신의 문제이기도 하나, 충분히 따뜻하지 못한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당신을 통해 쉽게 흐려지는 이유는 당신의 강력한 탁함이 문제이기도 하나, 충분히 견고하지 못한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신을 볼까, 나를 볼까.
선택의 기로에서 나를 보는 것으로 수행의 친구를 삼고 편안의 친구를 삼으려 한다.
모든 것에서 나는, 바르다고 배운 것으로 실천해가며 탁한 것으로 흐리거나 물들지 않으리라.
눈, 귀, 마음으로 들어온 탁함을 내치리라.
그러니 흐린 것으로 꼬아버리는 자, 사라지리라.
그것이 나의 뜻이며 나의 원이다.
불성의 지혜와 자비로 편안해지길, 편안케하길.
생각하건대 시간이 너무 소중하니, 이것에 머무는 마음이 어리석으며 아깝다.
어리석은 내 마음이 밝은 눈뜨길.
적고 보니 내가 옳다, 상대가 옳지 않다는 소리인가 싶어질 것도 같다.
그런데 그런 것이 되기도 어렵고 그런 것이 아니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나의 인식과 뜻이 좋은 것을 따르고 흐린 것과 멀어지기를 바라기에 적을 수 있는 글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에게도 청정과 탁함이 있고 상대에게도 청정과 탁함이 있으며 내 청정이 강하지 않기에 다른 이의 탁함에 영향받아 갈 길을 잃고 청정을 잃어버림을 경계한다는 이야기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적고 보니 신경은 쓰였나 보다.
이리 다시 적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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