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긴급생활지원자금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4. 13. 19:25



1. 며칠전 부모님 계좌로 지자체에서 긴급생활자금이 들어왔다. 부모님은 약간의 노령연금과 자식들이 드리는 매달의 용돈 외에 고정된 소득이 없다. 지원금에 대해서 듣고 나서 처음에는 당연하다, 좋다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에 대해 찜찜함이 일어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원금을 즐기는 스스로의 마음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같고 반성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일었다. 물론 어거지로 이런 느낌과 생각을 부정하거나 모르는 척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내 불성의 속삭임이 무엇에 가까웠겠는가. 솔직히 그 지원이 없어도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데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우리 부모님도 알고 있다. 그런 이가 어디 우리 부모님 뿐일까. 풍족함을 지향하는 마음이야 자연스럽지만, 없어도 죽을 정도 아닌 이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이런 돈이 절실한 이들에게 가야 좋은 일이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정부의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국민의 돈을 귀하게 여긴다면 조금은 더 효율적인 쓰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복지시설에 근무하면서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돈 걱정을 하지 않으니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보일러가 펑펑 틀어지고, 음식물이 쌓이니 수시로 버려진다. 여행도 가고 외식도 하고 솔직히 일반 가정보다보다 풍족한 환경인데, 이런 것에 대해 고마움을 갖는 이를 나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도움을 받았으니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순위의 차원에서, 진정한 평등의 차원에서 보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는 아이 떡하나 더 주는게 인지상정이겠으나 국가를 위시한 우리는, 큰 소리로 주장된다고 허더라도, 무시해도 괜찮을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 움직일 것이 아니라 소리치는 방법을 몰라 소리내지 못하고 굶어가는 이들, 아픈 이들, 무시하면 안되는 결핍에 놓인 이들을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런 것에 쓰는 돈이라면 정부의 일에 두팔을 벌려 환영할 것이고 나누는 일에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쉽게 말해 누군가의 쾌적한 환경보다는 여름에 숨막히는 이의 숨통 틔워주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2, 아무튼 부유하든 가난하든 공으로 주는 돈에 맛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 불교적 시각으로 보면 공짜를 탐하는 마음은 빛을 지게 하며 그 결과로 현생을 포함한 여러 생을 두고 갚아야 할 것들을 많이 만들어준다. 남은 생과 다가오는 생을 빚갚으면서 살고 싶다면 공짜를 열심히 탐하고 추구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면 베풀기를 즐겨야 한다. 베푸는 것에 익숙해지면 내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좋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아서 때가 되면 기대하지 않았던 큰 수확을 얻는 기쁨을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원하는 삶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관대하게 풀어주는 돈을 많은 이들이 기뻐한다. 그런데 그 돈은 누구의 주머니에게 나오는 것인가. 국가의 부채는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갚지 않아도 된다고 마냥 기뻐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아니라면 사랑하는 내 자식, 내 자손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며, 불교의 이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많아진 빚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적인 파산이 되어 전 국민이 결핍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니 말이다. 지금 나만 좋으면 된다는 좁고 짧은 시각을 버려야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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