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꿈은 나를 알라고 하네

향광장엄주주모니 2022. 8. 30. 19:25

어제는 낮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일어나기 전 짧은 꿈 하나를 꿨는데 시간이 지나 웃음이 납니다. 의미는 있는데 꿈속의 등장인물에게 '넌 뭐지?'라는 생각이 나서 말이죠. 이야기는 전혀 재미있지 않으나 웃음이 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꿈속에서 이온수기로 물을 틀었는데 갑자기 물이 솟구칩니다. 언뜻 보니 이온수기의 받침 부분이 빠져 있는데 순간 어머니가 벌여놓은 일임이 알아채 집니다. 갑자기 저는 폭풍 같은 화를 냈습니다. 이런 생각과 감정의 선은 현실과 전혀 다름이 없습니다. 요즘 평소에 그렇습니다. 아무튼 그 순간 저는 주방에 있었고 거실에 어떤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갑자기 저에게 커다란 냄비 뚜껑 같은 도구를 던집니다. 엄청 불량한 느낌의 사람입니다. 그 행동은 매우 위협적이나 다행히 제 몸에 맞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제 목을 누르는 행동을 하면서 피를 낼 듯이 위해를 가하려 합니다. 저는 울면서 그를 노려봅니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생각을 외치듯이 합니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고 처절하게 우는 상황인데 이상하게 마음은 단호하여 해를 입히지 못한다는 견고한 믿음으로 편안할 지경입니다.

 

그러다가 잠을 깼습니다. 말 그대로 아주 더러운 기분입니다. 산뜻할 리가 없는 꿈이죠. 순간 두 가지 정도로 생각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자주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잘못을 알라는 메시지로 이해됩니다.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내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를 가르치는 꿈입니다. 평소 어머니는 제 화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합니다. 반복되는 행동으로 원인을 제공하죠. 그런 상황을 만나게 되면 화내는 것이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신나게 화를 내고는 그럴만한 상황이라고 스스로의 못남을 정당화시키곤 했습니다. 꿈은 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완전히 잘못된 것임을 알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생각은 나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분명 어머니에게 우호적인 존재이지만, 수호자라고 하기에는 위엄을 갖추고 있지 못해 보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자니 화가 납니다. 자신이 무어라고 나를 위협하는 거지? 이 부분에서는 재수 없다고 해도 좋을 듯하네요. 하하하. 지금도 누구인지 모르지만 어머니가 기도를 많이 하시니 그 도움을 받은 자이거나 내 잘못을 일깨우기 위해 잠시 나타난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어제 오후 어머니에게 꿈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한테 내가 중요한 존재잖아? 그러니까 나를 괴롭히면 안된다고 말해줘.'라고 너스레를 떨어봤습니다. 어머니도 웃으시네요. 

 

오랜만에 꿈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꿈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알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하게 합니다. 스승이 되어준 꿈에 감사합니다. 불량한 태도로 위해를 가하려고 했던 존재에게 감사합니다. 사실 꿈속에서도 아플 수 있는데 어제는 목을 누르는데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감사합니다.

 

1년을 넘게 제자리를 맴돌거나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달리 느껴집니다. 양상이 같아도 더 온전해지기 위한 과정을 겪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와의 감정 다툼도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내세우는 정당성을 깨어버리면서 진짜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니 꿈을 통해 저에게 온전해질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