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나는 지금 어떤 존재일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8. 11. 11:48

나는 지금 어떤 존재이며 어떤 상태이고 어떻게 해나가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 이렇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오늘은 잠깐 그와 관련하여 가볍게 적어보려 한다. 가볍게가 포인트다.


수행을 하면서 꿈에서 펼쳐지는 경계를 통해 나의 상황을 짐작하기도 했었다. 현실에서 몸이 아플 때 꿈 속에서 누군가 약국에서 약을 사주기도 했고 가위에 눌리듯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 팔을 잡아 일으켜주기도 했는데 차가운 느낌이라 그저 나를 봐주나 보다 했었다. 호의적인 마음에서 그렇게 하기 보다는 그냥 그렇게 해야 되어서 하나 보다 그런 느낌에 가까웠다. 여러차례 누군가에게 쫒기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결정적으로 해를 입지 않았으니 수행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르지 않다는 생각에 어떤 장소에서 크게 훼방을 놓다가 매를 맞게 된 나를 누군가 등에 걸치고 빠져나와주기도 했다. 보호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수행을 지속할수록 꿈 속 경계에서 나에게 호의적인 이들이 나타났던 것 같다. 어떤 상황에 빠졌을 때 나를 지지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법계에서 그러한가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많이 게으르기도 하고 많이 산란하다. 이런데도 꿈을 많이 꾸는데 현실이 적용되듯 꿈마저 산란하다. 어제는 꿈에서 차를 운전하던 내가 급히 핸들을 꺾어서 전진하다가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의 뒷부분을 가볍게 들이받았다. 드러나게 흠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트럭 하단부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나 싶기도 했다. 내 차는 멀쩡했던 것 같다. 누군가 나와서 이 일에 대해 말하려고 하니 차량 운전자 관련된 2명은 그가 자신들을 지지하여 말하는 줄 알고 나에게 크게 댓가를 치러야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려 했다. 그들의 말을 듣자 끼어들려던 그 사람은 나에게 호의적인 입장의 말을 해주려고 했다.


꿈에서 깨어 많이 찝찝했다.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 이야기인가 싶은 그런 마음이 정말 오랜만에 들었고 불안함이 되어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었다. 어찌되었든 나의 잘못이 있고 그에 대해 크게 책임지우려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나를 지지하여 도와주려는 누군가가 있지만 뭔가 충분하지 않다 여겨졌다. 생각해보니 아마도 지금의 나는 그 경계에 있는 것인가 싶었다. 많이 흐트러졌지만 불법심이 남아 있는 경계. 그러니 잘못을 하고 그로 인해 댓가를 치러야 하지만 그것에서 도움을 주려는 이가 아직은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이어지니 이 순간 정신차리지 않고 돌이키지 않는다면 잘못을 하고 댓가를 치르는 일이 기다리겠구나 싶어졌다.


불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지고 알아지는 일들이 있다. 눈에 보이고 들리지 않지만 꿈으로 또 현실로 그렇게 알아달라고 드러나는 것 같은 현상들이 있다. 물론 그것에 매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충분히 참고가 된다. 왜냐하면 내 마음과 행에 따라 일어나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잘못된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익숙한 것을 향한 관성, 습, 탐진치 때문이다. 그럴 때 현실에서 알아차리게 경보가 울리면 십중팔구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된다.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나 정도의 근기에서는 아직 이렇다.


예전에 어떤 이가 자다보니 컴퓨터에서 염불에 관련된 화면이 자동으로 켜져있었다고 적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도 신기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겹치는 우연, 착각이 아니라면 비슷한 일을 나 역시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는 특정한 소리, 컴퓨터의 화면의 켜짐과 꺼짐, 또 그 밝기가 그러하다. 불보살까지 가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불자의 수행에 이런 저런 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불자인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자신에게 허용된 방식으로 끊임없이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혼자만의 수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밝게 알기도 어려울 것이며 밝게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여러가지 경계를 통해 조금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지금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다. 추가하여 적자면 신묘한 현상에 전적으로 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현상이 불자로서 의미있는가 없는가를 명백히 가리고 나서 의미있다면 그 의미를 참고삼아 나아가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나간 이야기지만 만약 내 꿈을 선몽이라 치자. 미래의 일을 보았다고 치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별 의미가 없다. 정해진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를 위한 좋은 노력이 설 자리는 없어지기 때문이며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사뭇 다르다. 끝이 다르면 이단이라고 한다. 처음이 불법으로 시작했더라도 예를 들어 내가 꾸는 꿈들에 미래를 알아차린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나는 불자의 마음을 벗어나게 된다. 그 자리에 오래 머물면 김치찌개를 끓이려던 이가 이것 저것을 넣어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김치찌개가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불법아닌 것이 된다.


글 적다보니 신묘한 현상에 마음을 빼앗겨 그런 글을 열심히 적던 어떤 사람이 생각났다. 불법에서 시작하였다고 해도 너무 오래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오염된 그 자리에서 온전한 불법을 찾기 어려워진다. 비판도 비난도 아니며 그냥 그러하다는 것이다. 정토삼부경 내용 중에 관무량수경이었던가 싶은데 이런 구절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내용을 적는 것이라 명확하지는 않다. 찾아서 적는 것은 다음번에 하겠다. 삼매에 들어(?) 무언가를 들었는데 경의 내용과 다르다면 망상이다. 우리의 삶에 적용해야 할 귀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꿈에, 현실에 무언가를 보았는데, 무언가를 들었는데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치신 자비, 지혜와 다르다면, 부처님이 가르치신 자비, 지혜로 합해지지 않는다면 던져버리는 것이 유익하다. 망상이라 여기는 것이 좋다. 


지금 당신을 향해 드러나는 현상은 당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떠하다 말하는가. 물론 때로는 그 현상이 우리를 속이기도 하기에 언제나 바르게 알아차리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상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 나름의 의미는 결국 부처님을 바르게 마주하게 하고 그로 인해 우리 삶이 밝아지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