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4. 20. 13:01

이 글은 나누고 싶은 글은 아니다. 불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불편한 글이기도 하고 이래 저래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러니 읽고 가볍게 넘길 자신이 없다면 읽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별한 내용도 아니니 크게 궁금해할 바도 없다. 그런데 굳이 왜 적는가. 나의 생각을 적고 싶어서 적는다.


만약 어떤 출가 수행 스님이 자신의 마음이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사실 이런 소리를 한 두번 들은 것이 아니라서 들을 때마다 마음에 의구심이 가득 찬다. 스님이 말하길 문득 나이가 들어 힘이 없어짐을 느꼈는데 시간 지나면 힘이 없어서 놀지도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힘이 있을 때 놀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그 말을 신도들에게 여러 차례 말해오고 있다.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자주 표현을 하는 말과 행동이 있다면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스님은 표현대로 정말 놀고 싶어한다. 그것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 모두 다 수행을 해가는 사람일 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대중의 시주로 생활을 하는 이는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 우리가 출가승에 대해 머리를 숙이는 것은 인생을 걸고 불도를 닦는다는 그 고귀한 뜻과 행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습으로 출가했으나 여전히 재가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그 출가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자면 힘이 있어야 수행도 한다. 힘이 있을 때 놀고 힘이 빠지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인과를 철저하게 공부한 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인연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출가승이 되고 사찰의 주지가 되어 많은 이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터인데 지금 만나서 배울 바가 무엇일까 그런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불자는 이런 저런 상황에서 부처님을 만나니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밝게 알지 못하지만 스님과는 가볍지 않은 인연이 있어 만났을 것 같다. 아마도 전생에 스님과는 함께 공부하던 연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것이 은혜든 빚이든 갚기 위해 만났고 갚은 것도 같다. 이렇게 현생에 만나 그 인연의 시간을 충분히 지내고 나서 비로소 하나의 업장을 넘어섰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랬기에 이 인연을 귀히 여겼는데 이제는 조금 달리 생각한다. 지나간 인연이며 앞으로 밝은 인연이 아니라면 크게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상하지 않은가. 일개 재가불자이며 신도가 출가승을 대상으로 이런 고민을 하는 일도 있다. 이제는 순수하게 나의 선택이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자비로운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