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따라한다고 같을 수 없는 이유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3. 18. 09:16

오늘 승현스님 법문을 읽으면서 평소 가졌던 내 생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법문에 보면 가치관의 정립이 분명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권문세도가를 빌어 표현하셨네요. 집안의 번성은 가문이 뿌리있는 법도를 잘 숭상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지, 아무런 가치관의 정립됨이 없는 상태에서는 따라가기에 급급할 뿐, 뼈대있는 집안의 가풍을 흉내내지 못한다고 적고 계십니다. 그 의미의 흐름을 표현하자면 '가치관의 정립없이는 따라간다고 한들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따라가도 결국 같을 수 없다고 표현하면 적절할지...


직장에서 좀 불편한 마음이 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착각일 수 있지만) 저를 많은 부분 따라합니다. 저처럼 염색을 하더니, 파마도 하겠다고 하더군요. 내가 예뻐보였나 봅니다. 함께 근무를 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을 대하여 하는 언행들(가르치거나 교류하는 언행들), 업무일지에 쓰는 표현의 방식도 따라합니다. 내가 하는 것이 좋아보이니 그런가보다 긍정적으로 보려 했는데, 아무튼 자꾸 그런 것이 보이니 좀 불편하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꺼려지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렇게 신경쓰이는 마음이 제 저열하고 편협한 근기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당신은 나와 같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 마음가짐이 나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장애아라도 변화된다는 생각, 그것을 위해 내가 할 도리를 한다는 생각, 그것을 위해 그저 행한다는 생각이지만, 그는 장애아는 아픈 아이니 변화되지 않는다는 생각, 변화되지 않으니 싫은 소리 할 필요없이 편안하게 원하는대로 해주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기술들을 가져다가 쓸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은 나와 같을 수 없을 겁니다.


적다보니 결국 나와 남을 가르고 평가하는 것과 같은 글이 되었는데 승현스님의 법문을 읽다가 비슷한 생각을 한 경험이 있고 그것을 공유하고픈 마음이기에 적어보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릅니다. 같을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비교평가하기 어렵죠. 시비, 우열을 가리는 것이 어쩌면 불가하기도 하고 어쩌면 별 의미없기도 합니다. 오늘 글의 포인트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다시 적어보죠. 살다보면 상대의 어떤 부분이 좋아보이고 따라가고픈 마음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그 욕구가 강하여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대의 지점에 이르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가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여러가지 언행들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바랍니다. 그의 언행이 빛나는 이유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일으키는 내적인 엔진, 즉 마음과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당신만의 어떤 내적 엔진을 지니고 있을까요? 그것에서 당신의 행이 나오고 있습니까? 그것의 조화로 당신이 빛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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