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과 글, 당신을 드러내는 창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2. 21. 17:50

요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쓴다. 그런 시기인 것 같다. 성숙하지 않아서 섣부르게 하는 판단과 표현일 수 있지만 그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너무도 많이 든다. 언행을 통해서 그 사람이 드러난다는 이 평범한 생각은 올해 들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많은 상황에서 실감난다. 가려도 가려지지 않고 드러나는 것 같다. 말과 글을 통해서 그 사람이 오롯이 드러난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인지. 물론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예전에 어떤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눴는데 중간에 수컷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 동물의 왕국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고 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아직 성적인 부분에 많이 멈춰 있나 보다. 해소할 수 없는 욕망에서 비롯된 마음의 혼란함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신도 앞에서 쿨하게 세상사는 이야기 하듯 내놓는 그 분을 보면서 편안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어디 그 스님 뿐이랴. 이렇듯 어느 순간에 어떤 이야기를 던지는 그런 상황들을 만나면 상대의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보인다. 왜 하필 그 내용일까, 그 단어일까를 생각해보라.


글을 보면 재미있다. 재미있다고 표현하면 좀 성의없을 것도 같은데 그냥 드러나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나는 글을 오랜 시간 쓰는 편이다. 왜냐하면 처음에 쓰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쓰다 보면 새끼치듯 생각이 이리 저리 흐르기 때문이다. 글이 길어지다보면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되기에 정리도 하고 괜찮은가를 꽤 여러차례 확인하면서 글을 쓴다. 혹시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표현, 오해할 표현도 가급적 피하려고 나름 신경쓴다. 그렇게 여러 차례 읽어가며 보완해도 어투나 여러가지 표현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교만, 아상을 말하는 글을 보면 다시 한번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드러나는 것이 온전히 덩어리의 나인지, 잔상의 나인지, 표현의 문제인지.


표현하기 어려운데 어떤 글은 들떠 있기도 하고 끊겨 있기도 하다. 하나를 오랫동안 차분하게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을 때가 있다.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혼재되어 있고 명확하지 않은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보는 듯해서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겸손한 듯한 표현을 쓰지만 짙은 교만이 드리워진 글도 있다. 자신을 알아달라고 내 말이 맞다고 인정받고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누군가가 순전히 내 이해력의 부족이거나 착각이라고 한다면 그 또한 맞다고 할 것이다. 이해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면 어떤 상황, 어떤 글도 바르게 알아차릴 수 있을텐데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도함으로 가릴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의도함으로 완벽하게 가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쓰는 글, 우리가 하는 말도 그러해서 결국은 지금의 내가 드러난다. 그러니 생각해보라. 드러나는 내가 향기로운가, 밝은가, 바른가, 얼마나 부처님 가르침에 가까운가를.

수행의 과정에 있는 우리는 완전하지 않다. 신구의의 삼업도 늘 청정할 수 없다. 하지만 수행하므로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는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달라져야 한다. 그 변화의 힘이 충분해지면 의도하지 않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드러난다. 글에도 말에도. 그곳에 어떤 사람이 담겼으면 좋은가를 생각하는 날 되었으면 좋겠다.

'2018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라한 특징에 대한 글  (0) 2018.12.22
법회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법사 스님  (0) 2018.12.21
자신의 수행법만 이야기하는 사람  (0) 2018.12.21
화의 독기  (0) 2018.12.21
혼자만의 수행이 아니다.  (0) 2018.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