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모든 것이 환상이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6. 1. 11:11

모든 것이 환상이다. 부처님이 설하신 여러 경전에서 말씀하신다. 그것을 명확하게 하고 나서 우리는 이렇게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내 마음이 짓는 환상의 세계라면 기왕이면 좋게 생각하자.


어떤 불교 수행자가 위처럼 말을 했다. 예전에 나에게 일체유심조를 말하면서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말하던 지인이 생각났다. 그의 말역시 위의 글과 비슷한 논조였다. 맞는 말이고 의미있는 말이다. 마음이 짓는 것이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그 뿐이며 그런 노력이 삶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이상함이 전부터 느껴졌었다. 아직 내 근기로는 분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것이라 글로 적는 것이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부처님이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알려주신 그 뜻은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는 위 두 사람의 이해가 부처님이 전하고자 했던 것과는 초점이 어긋나 있다고 느껴진다. 허상일 뿐이며 마음이 지어낸 것이니 그것에 집착하고 휘둘리는 어리석음을 벗어나라고 고통받는 우리에게 전하신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탕이며 그것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허상이라는 것이 명확해지면 이것에 휘둘리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기왕이면 좋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만들어낼 바탕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자유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말이 조금 난해한가 싶은데 잘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니 있지도 않지만 있지 않음도 아니라는 일체법의 본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허상이라고 말하며 그러니 좋게 생각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지 싶다. 왜냐하면 허상이지만 또한 있기 때문이다. 있지도 않지만 있지 않음도 아닌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실상이다. 그런 이유로 어떤 것에도 걸림없는 자유로움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인과를 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실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부처님을 법화경에서는 말한다.


아직 과정 중에 있는 일체유심조이므로 명확해질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오늘 글을 적음은 마음이 지어내는 환상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이다. 그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도 깊고 넓은 진리의 바다에서 하나의 물줄기를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든다. 내가 이렇게 고민하듯 글을 적은 이 역시 머물지 말고 부처님을 따라 나아가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법에 대해 말을 하면서 다른 이를 말하는 것이 거슬릴 수 있겠다 생각든다. 왜일까를 나름 생각해보았다. 어떤 순간에는 다른 것을 말해줌으로써 누군가가 고민할 기회를 주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다른 의견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을 비교하여 정리함으로 스스로에게 공부를 확인하고 점검해나가는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각자가 이해한 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불자는 더 넓고 깊고 바르게 아는 것에 뜻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맥락으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