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로 적기에는 길어서 읽기 어려울 것도 같구요, 어찌보면 저를 포함한 많은 불자들이 고민해온 일이라는 생각에 그냥 글로 적어봅니다)
정답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진리는 하나더라도 가르치는 이의 근기가 다르고 배우는 이의 근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 궁극에는 하나일 것인데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가르침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쭉 두고 보면 결국은 하나로 이어질 것이고 어느 순간에도 이어진 진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겠지만, 그것을 마주하는 이들은 같은 생각에 이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과정을 두고 보면 무엇이 바른 것인가에 대한 견해가 매우 분분할 것인데요, 결국은 가르치는 이도 배우는 이도 자신이 경전을 읽어 깊이 사유하든, 누군가의 가르침을 배워 사유하든 자신이 마주한 이치, 깨달음에 의해 나름의 명확한 논리가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것이 하나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며 새롭거나 큰 흐름 속에서 '그 디딤돌이 이상하지 않은가' 의심이 드는 순간 더 큰 공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떠나면 되는 일입니다.
배우는 이를 말하자면 너무 고정된 사고를 가지면 안 되지만, 너무 가벼운 사고도 좋지 않다 생각합니다. 딱딱한 틀에 갇히면 진리의 흐름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됩니다. 반면 너무 물렁하면 이리저리 휩싸이다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일도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또 기도를 권하는 이, 가르치는 이는 그에 대한 밝은 앎이 있어 상대에게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권해야 합니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지만, 만약 배우는 이로서 의구심이 든다면 '왜 그렇게 권하는 것인가, 그것은 어디에서 나온 가르침인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불자인데 불법이 아니라면 스스로를 혼란함에 빠뜨리면서까지 따를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밖으로 내놓는 주장들은 자신의 기준에 의한 것입니다. 그것이 이상한 주장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딱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선지식이라면 상대를 알아 그가 바른 한 걸음을 걸어갈 수 있도록 알려주고 그 걸음이 완성되면 다시 한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걸음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방향을 잘 설정했는가, 잘 걸어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살피면서 걸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불상을 집에 모시고 목탁을 두드리면서 기도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개인 생각인데, 부처님 가르침에 그렇게 하지 말라는 말은 본 적이 없으나, 해도 좋다고 이해할만한 가르침들은 읽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런 일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신심을 더 키우고 공양을 온전하게 올리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내가 어떠한가를 잘 살펴보세요. 차별없이 우리의 참된 불성을 향하고 중생을 자애하며 탐진치를 떠나 정성껏 기도 올리며 나를 다스려가는 일이 된다면, 다시 말해 그런 방향에서 어긋남이 없다면 해도 좋은 일이고 기쁜 일이 됩니다. 하지만 하는 행으로 인해 내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매이며 참된 정진을 방해한다면 미련을 두지 말고 버릴 일입니다.
어머니가 염불을 하십니다. 그런데 염주를 헤아리고 제가 드린 부처님 그림을 보면서 염불 하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격하게 말하면 마음에 마구니를 키우는 일이 될 수 있겠다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그림을 제 방으로 치웠습니다. 그림이 문제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림의 문제라기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늘 지혜부족함에 헐떡입니다. 그런데 당연하다 생각해요. 그 정도로 닦아가지 않았으니 지금인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을 생각해보면 또한 많이 지혜로워진 나를 봅니다. 아직도 많이 가려져 있지만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불법 수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처님을 따라가는 일상이 되도록 좀 더 노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내어 정진합시다. 게으른 날에 이렇게 쓰고 있으니 좀 민망하긴 합니다만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일체불보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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