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묘한 탐진치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 11. 22:59

세부적인 내용은 적지 않는다. 건강보험료에 대한 것이고 금액을 밝힐 것도 아니라서. 이번달 갑자기 건강보험료가 거의 5배 나왔다. 아, 정말 놀랐다. 내가 엄청 부자인가보다 했다. 하하하. 순간 정부가 미쳤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검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이 조롱받고 뒷통수 맞는 것 같아 정말 어이없었다. 보험료가 핵심은 아닌 이야기라 이 정도만 언급해야겠다.


낮에 이 일로 건강보험공단에 문의전화를 하려다가 일단 청구된 금액을 납입했다. 악법도 법이니까, 일단 따르고 따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저녁 쯤 되어 한참 기분 별로인 순간 그 일이 왜 발생했는지 대략 알아차렸다. 탐심같지도 않은 탐심, 애매한 선(善)이 불러온 어리석음이 작용한 순간이 기억났다. 생각해보면 나를 위한 일도 아니었으니 탐심이라 하기도 조금 이상하다. 어찌되었든 남을 위한 그 마음이 어리석음으로 이어져서 정확한 판단과 결정의 순간을 놓쳤다.


가끔 어떤 사고,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뒤돌아보면 정말 여러 조건들이 '그 날따라 하필이면'의 연결고리를 타고 사고를 향해 완벽하게 이어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탐진치가 올바른 판단을 가림이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번 일은 두 가지가 조금씩 섞인 듯 하다. 


혼자만의 일이라면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데, 이번 일은 적으면서도 조금 어렵다. 연결된 이들이 있고 그들을 위함이지, 나를 위함도 아니었다. 내가 착각하는 것일 수 있지만 지금껏 생각하고 경험한 탐심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인해서 밝고 바른 판단이 흐려졌고 그 결과 한마디로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스스로의 유익을 위함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밝은 심성을 흐리는 어리석음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의 이득을 위함인가, 아닌가, 그것을 물어 나아갈지 말지 결정하려고 노력해왔고 그것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같다. 혼자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탐심으로 작용할 수 있고 머물면 어리석음에 빠질 수 있다.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여전히 버벅거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배움삼아 조금은 더 바른 판단을 하고 외부의 사람에게도 최상의 조언, 마음을 끄는 조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자신감 충만하지는 않으나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욕심에 빠지지 않는 것도 어렵지만, 다른 이를 그렇게 이끄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실 여러 현실적, 심리적 상황들이 있는데 그것을 펼치면 너무 난해한 글이 될 듯 하여 오늘은 이 정도로. 아, 어찌되었든 탐진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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