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그 영이 맑은 여인과 2시간 넘게(3시간이 족히 되는 듯 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기도를 열심히 했고 스님에 대한 공경, 믿음이 대단했다. 우연히 법당에서 본 나에게 합창단을 권유했는데 이제 해도 될 시기인가 싶어 그 분을 따라 입단을 했었다(일전에 사찰 활동을 할까 싶었는데 지장회라는 것을 하려 했더니 젊은 사람은 합창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었고 그 때는 당장 합창단에 들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서 보류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인연이 되어 나를 입문시켰고 합창단 인원 늘이는 것에 마음을 다하던 분이라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그런데 가끔 좋은 마음으로 차를 마시다가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말을 하는 나에게 스님의 말과 다르다면서 비난 비슷한 대응을 했다. 대응각이 생길 때 그럴수도 있다고 말을 하면 좋았을텐데 그 당시에는 경전에서 읽은 바와 너무 다른 말을 하는 그의 말에 내가 아는 법을 똑같은 강도로 표현하곤 했었다. 결국 수긍하지 않는 나에게 너와 이야기하면 머리가 아프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그냥 떠나버린 것이 3, 4차례 된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어도 뒷끝이 없는 분이라 아무 일 없는듯이 친밀하게 대하다가 차갑게 대하다가 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지내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그래서 차를 마시자고 하면 환영하고 싶지 않은, 무슨 일이 또 생길수도 라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차담은 달랐다. 3시간이 가까워지게 단 둘이 이야기를 하는데 지치지도 않았고 이야기도 부드럽게 진행이 되었다. 물론 나도 가급적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수용하기 쉽게, 이해하기 쉽게, 거부감이 없도록 노력을 한 것 같다. 어찌되었건 예전에는 나에게 뭔가를 묻고 답을 듣다가 기분나빠하면서 나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중간 중간 이거 너가 전에 나한테 했던 얘긴데 라며 내가 했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사실 좀 놀랐다.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하다고 있었다니. 굳이 따지자면 다 무시하고 잊어버렸으리라 생각이 들만한 마무리가 별로 아름답지 않은 차담을 나누었었다.
사찰의 간부들 임기가 끝나면서 새로운 간부 선출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이 분이 우리파트의 장이 되었다. 걱정이 많은 듯 하여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너무 걱정말라고 예방주사를 놓듯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 행동에 대해 힘을 주어 이야기를 했다. 어떤 일들은 너무 당연하다고, 또 인원 늘리기보다 지금 상태에서 탄탄하게 만드는데 힘쓰는게 좋겠다고. 그 이후 2주가 지나면서 편치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그 분의 모습에 많이 감탄하고 있다. 불법을 마음에 품었으니, 바른 뜻을 세우고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한다면 편안함의 중심에 서게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지난 차담을 돌이키건대, 별 볼일 없는 내 말을 무시하지 않고 마음에 담아놓은 그 마음이 감사하기도 놀랍기도 했다. 또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말을 하든 바른 마음과 뜻을 바탕으로 진실한 말, 바른 말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받아들이는 모습이 부정적일지라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사유하는 그런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비난의 댓글, 합창단 간부 선출 등 일들을 핑계삼아 10일을 게을렀다. 안으로 밝고 확고하지 않으면 밖으로 드러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늘 부처님을 마음에 두고 살기에 소리내어 부르지 않아도 염불에 머문다 생각하지만, 아직은 닦아낼 바도 많고 견고히 세우고 다질 바도 많음을 알기에 드러내기에 앞서 내면을 다스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밝고 견고하고 넘쳐 능히 나눌 바가 생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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