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잠을 자려 누웠는데 배가 너무 아팠다. 배탈이 난 것 같기도 하나, 평상시와 달랐다. 바로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가 화장실에 가서 앉았다가 하면서 1시간을 안되게 고생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날 잠들기 전에 훑는듯이 아프기도 하고 쥐어짜듯 아프기도 하여 미묘하게 아픈 배를 두고 왜 그런가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쌓았던 독기 때문인가보다.'
그 상황이 여러가지 측면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어찌되었든 독기가 있었다면 반성할 일이고 표출되는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로 인함이 있는지, 단지 나로 인함인지 알 수 없으나 그동안 함께 일하던 이를 불편해했고, 욕한 것은 아니나 상대가 행한 좋지 않은 행위들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표현했으니 나로 인한 부분을 어찌 없다고 할까. 그래도 자고나니 상태가 호전되어 깊은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요즘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그 연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가 많다. 그냥 그런 식으로 생각이 되어지니 크게 구하여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가끔은 병마처럼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나를 돌아보게 되고 가끔은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인연없는 것이 없고, 원인없는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면 몸이 아픈 순간 그 원인을 생각함이 불자로서 자연스러운 것 같다. 며칠 전 늘 사람들을 괴롭혀서 원성이 자자한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몸에 얼마나 병증이 많은가를 들었을 때 당연하다 생각들었다.
건강한가. 그제 배가 아팠을 때 나는 내 밝지 않은 마음과 행으로 지어졌을 독기를, 또는 남이 나에게 전했을 독기를 생각했다. 물론 병의 의미를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병이 생기는 연유를 곰곰히 돌이켜보는 것도 불자의 수행에는 유익한 것같다. 오늘 아침 퇴근하고 나서 답답했던 마음을 어머니에게 전했다. 독기가 쌓였을까.
글 적어 올리고 보니 예전 어떤 분의 댓글이 생각나서 추가한다. '아프면 병원에', 이런 비슷한 글이었는데 맞는 말이다. 그것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다른 측면의 생각이라 이해하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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