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업의 순환을 이해하는 자는 어떤 마음일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9. 24. 22:09

누가 이리 글적었는데 그런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글은 우리가 보는 맑음, 밝음과 깨달은 이가 보는 맑음, 밝음이 다르다는 글인데 내가 맑음, 밝음, 편안함을 많이 언급하는 편이라 읽어봤다. 그 중 사냥군과 사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흐름이다. 만약 한 불자가 달아나는 사슴을 봤는데 사냥꾼이 이 불자에게 사슴 못봤냐고 했을 때 거짓말을 하면 오계를 어기는 것이니 밝지 않고 진실을 말하면 살생할 원인을 제공함이니 밝지 않다. 이것을 사냥꾼 입장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오계를 지키는 것이니 맑고 밝은 것이고, 사슴 입장에서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 살리는 일이니 맑고 밝은 것이라고 글 적고 있었다. 


과연 불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맑고 밝은 것일까. 글 적은 이는 사슴과 사냥꾼의 이 상황을 업의 순환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업의 순환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모든 행위가 부처의 경계에서 맑음도 밝음도 아니라고 했다. 맞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다른 측면을 말하고 싶었다. 먼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라면 인연과보를 정확히 통찰하지 못하더라도 말 그대로 업의 순환이 일어남을 보았을 때, 그것을 벗어나도록 인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왜인가. 불성의 본성이 자비이기 때문이다. 그 자비는 그저 업의 순환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 않는다.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단지 맑고 밝음이라 하지 않는다. 부처를 배우는 이라면 당연히 그 자비를 따르게 된다. 단지 오계를 깨뜨리는 것이 두려워 진실을 말하고 이건 단지 업일 뿐이라는 것은 자비도 아니며 지혜도 아니지 않을까.  


업의 순환을 이해한 자는 어떤 마음이 될까. 윤회, 업의 순환이라는 시각에서 현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탓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이 점차 무너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가여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도 된다. 그런 예가 멀리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보거나 주변에서 보면 엄청 나쁜 인간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사람의 성장환경이나 여러가지 사연들을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되고 동정하게 되고 때로는 눈물짓게 되고 그의 행위가 전처럼 밉게만 느껴지지 않는 그런 경험을 우리는 한다. 조금 알아도 이런데, 그 모든 인과를 밝게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너무 안타까워 그냥 있을 수 없어 밖으로 소리치게 될지 모른다. 왜 시비분별이 없는 불성이 고요히 머물지 않고 부처로 출현하는가. 나는 그 이유를 밝고 맑은 경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처를 인연없이 일어나는 파도(?), 이런 식으로 비유했다 생각한다.


약 내가 사슴을 본 불자라면 오계를 깨뜨리는 것을 찜찜해하며 진실을 말하는 것이 밝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정 찜찜하면 그저 입을 다물면 된다. 죽이기야 하겠는가. 설령 죽인다고 위협받는다 치자.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말을 그리 중시한다면 생명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더 귀한 일인지 알테니 차라리 나를 죽이라고 하는 것이 더 불자답다. 설령 거짓을 말해서 맑음이 어긋났다고 하더라도 그 이상의 맑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거짓말로 어둔 과보가 생긴다고 한다면 잃은 복보다 얻은 복이 훨씬 크다고 말하겠다. 작은 맑음을 포기하고 진정 큰 맑음을 얻었다고 말하겠다. 지장보살본원경에 보면 지장보살이 끊임없이 악도에 빠지는 중생을 끊임없이 교화하는 모습을 본다. 업의 순환에 빠져있는 중생이지만 인연 닿는대로 지치지 않고 제도하는 뜻이 바로 불보살의 자비로운 뜻이다.


생각해보라. 이 모든 업의 순환을 이해하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 답답하고 안타까울 것이다. 지나온 길이 보이고 그 길로 인해 지금 만들어지는 길이 보이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당연히 그 길로 걸어들어가서 또 걸어가게 될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니. 어리석다는 말, 가엾다는 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칠 것이다. - 이 말을 내가 지혜롭고 다른 이가 어리석다는 말로 받아들이지 마시길. 내 글의 대부분은 나에게도 적는 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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