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적다가 문득 법화신행을 주축으로 형성된 카페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우인이라는 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는데, 오프라인 강연을 매달 진행하더니 언제부턴가 온라인 활동이 전무해졌습니다.
아무튼 우인 선생님의 저서를 읽다가 법화경 가르침의 핵심으로 제목봉창을 주장하시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 의구심이 일어 글을 적었는데 카페지기분의 답변을 오늘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불명확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른 오늘은 그런 느낌이 더 명확합니다. 뭔가 맞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미 제 글에 적은 바가 있지만, 그 답변을 들어 조금 적어보려 합니다. 그분의 답변 중 한 축은 이렇습니다. "법화경은 깊은 삼매에서 일어나는 것을 전한 경이기에 통상적인 사유로는 핵심에 닿을 수가 없는데, 이해에 상관없이 법화경을 수지하면 그로써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 약속입니다. 법화경을 수지하는 방법은 많겠지만, 나무묘법연화경 독송이 그나마 제법 알려진 것이므로 법화경 수지의 일례로 나무묘법연화경 독송을 든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먼저 수지의 의미는 '경전이나 계율을 받아 항상 잊지 않고 머리에 새겨 가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법화경 가르침을 항상 잊지 않고 머리에 새겨 가지는 방법이라면 모두 수지입니다. 나무묘법연화경 봉창을 하는 것으로 진정 수지된다면 이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제목 봉창이 최고라거나 법화경 가르침의 핵심이라는 것은 부처님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법화경 수지의 일례가 어떻게 핵심이 되는 것인지 이상하죠.
법화경의 수지를 말할 때에는 다라니품 내용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대들이 다만 이 법문의 이름만이라도 지니는 법사들을 수호할지라도 훌륭하기 이를 데 없거늘 어찌 하물며 오로지 전적으로 또 온전히 이 법문만 지니고 또 경문을 경전으로 엮고 나서 경전에 꽃 향 화만 도향 말향 의복 당번과 유등 소유등 향유등 첨복유등 바리사가유등 청련유등 수만나유등으로 공양하는 이들을 수호함이랴."
제가 배운 국어로 생각할 때 법문의 이름만이라도 지니는 법사보다 법문만 지니고 경전 엮고 경전에 공양하는 이들이 더 훌륭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아닌가요? 굳이 따지자면 무엇이 더 상위의 개념일까요? 이름만 지니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수행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이름 지니는 것에 올인할 필요가 있을지...
답변의 두 번째 축은 천태지자의 일화를 들어 법화경이 말법시대에 유효하다는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부처님들이 법화경을 설하심은 희유한 일이라고 누누이 설명하신 점과 보현권발품에서 이 사바세계 말법시대에 관해 나오는 여러 내용을 살펴보면 답이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천태지자가 자신이 너무 빨리 태어나서 안타깝다고 한 것과 관련하여 법화경이 말법시대에 와야 유효하다는 주장을 하는 건데요, 저는 이게 참 이상하게 느꼈거든요. 왜냐하면 이미 법화경을 설하신 순간 법화경은 유효한 것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석가모니 부처님을 통해서 감춰졌던 법이 모두 드러났는데 왜 유효하지 않다고 하는 걸까요?
석가모니 부처님에서 시작해서 보면 그분이 살아계셨던 정법시대, 그 이후 상법시대에는 중생들이 좀 더 법화경 가르침에 수월하게 들어갔으리라 보는 것이 타당하죠. 왜냐하면 말법시대보다 시대가 탁하지 않고 상근기자가 많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말법 시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많은 보살들이 말법시대에 이 법문을 알리겠다고 서원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법화경에서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늘 계신데 중생의 근기로 인해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합니다. 그런 중생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벗어나서 불법에 진심이고 찾는 이에게는 여지없이 부처님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법화경이 말법시대에만 유효하다는 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늘 계시는 부처님, 늘 설해지는 법문인데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면 진정 시대의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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