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법회가 있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웃음이 번지는 법화경 법문을 들었다. 법회에 정치가, 관료가 오는 것이 늘 마음으로 불편했는데(오랜만에 그들이 왔다) 오늘은 이상하게 미소담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늘 인상구기며 바라봤던 국회의원도 맨숭맨숭하게 바라봤던 시장도 응원해주는 마음, 안아주는 마음으로 바라봐졌다. 이상하게 편안하고 기쁜 법회였다. 오늘 음성공양은 법화경을 노래로 만든 묘장엄왕 본사품이었다. 만나는 이들마다 지금까지 들은 노래 중 최고라고 말해주었다. 또 합창단의 어떤 이들은 알토가 잘 받쳐주어서 노래가 살았기 때문이라 했다. 들어보시라. 짜잔. 내가 그 알토다. ㅋㅋ 아무튼 전에 없이 기쁜 법회였다.
법회가 끝나고 불전을 새는 일에 동참했다. 불전을 추스리는데 합창단의 한 지인이 사찰에 대한 일을 말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그거야 바꾸면 되지. 헌법도 고치는 세상인데."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 "에이, 안되죠. 불법이 최상위법인데." 살짝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그렇지. 불법이 최상위법이지."
당신은 불자인가. 불자라면 이 말에 얼마나 동의하는가. 내 생각이지만 불자에게 불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코웃음칠지도 모르지만 불자인 나에게는 그렇다. 불법이 드러난 현상의 이면까지 이야기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상 뿐만이 아니라 현상을 드러나게 하는 이치를 다루는 법이다. 현상을 말하는 사람, 그 현상을 움직이는 힘을 말하는 사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만약 내가 불자라고 하면서 불법을 하찮게 여긴다면 나의 불심은 진실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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