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글인가 싶기도 하지만 일기처럼 적어도 되는 글이라 적어본다. 오후에 1종 운전 2시간 연습 후 시험을 볼 예정이다(지금은 2종 오토에 사고도 있어서 교육 후 시험을 봐야 한다). 이틀을 연이어 근무한 탓에 시험 전에 몸도 마음도 쉬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어머니와 약속한 것이 있어 추석 음식으로 강정을 사러 나섰다. 비가 제법 쏟아졌다. 오래 운전해도 영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지 않으니 시야가 제한되는 우중(雨中) 운전은 차선 변경할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어찌되었든 강정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어머니는 원하는 지점에 내려드리고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운전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운전이 특히 그랬다. 적절하지 않게 끼어들어오는 차량에 대해 놀랐으나 차량의 위치를 고려하여 먼저 보내주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순간에는 생각없이 달리지 않고 위험이 있을지를 확인하며 서행했다(뒷차가 답답한지 추월해갔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없이 좁은 시야로 내 길을 무식하고 용감하게 달렸던 것 같다. 골목으로 진입하는데 들고보니 짧은 거리안에 차량이 달려오고 있었다. 충분히 제동하며 안전하게 비껴갈 수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들어섰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아파트로 들어서는데 일방통행해야 할 곳에서 차가 튀어나왔다. 큰 SUV라 차머리가 들어선 내 소형차를 빼주는 것이 훨씬 나았을텐데 이상하게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지 않았다.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냥 서있었다. 그 차는 자기 잘못임을 아니 클락션을 울리는대신 곱게 돌려 나갔다. 집 앞으로 차를 돌려 들어가는데 어린이집 등하교 봉고차량이 주차지점을 막고 서있었다.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아 아버지를 먼저 내리게 하고 클락션을 짧게 울렸다. 두 차례 울려서야 차가 앞으로 움직였다. 공간이 크지 않아 차량 주차가 한번에 깔끔하게 되지 않았다. 그런데 봉고가 피한 쪽에서도 주차된 차가 출발할 태세라 봉고가 다시 내 차 앞으로 막아섰다. 아, 주차 다시 해야 하는데.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았다. 클락션 울리기도 뭐했다. 속이 살짝 끓어올랐다. 내려서 차를 앞으로 빼라 말할까 하다가 좁은 공간에서 앞뒤로 움직이며 위치를 조정했다. 조정 끝나니 기다리던 아이가 조부모와 함께 내려오고 그제야 운전기사가 내 상황을 인지했는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차량을 앞으로 뺐다. 괜찮다고 머리를 움직여 사인을 주고 차에서 내렸다. 아파트로 들어서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조부모 중 할머니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냥 쌩하니 마주보다가 계단으로 걸어올라가면서 한 층 올라간 시점에 '시간을 지켜야지'라고 크게 소리내 말했다. ㅋㅋ 누가 듣는다고. 그런데 집에 들어오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자기 사정이 있겠지.' 그 순간 평온해졌다.
이런 과정들이 나의 삶을 닮아있다 생각들었다. 외부에서 부딪쳐오는 위험한 상황이 있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상황도 있지만 크게 다치지 않고 그럭 저럭 잘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의 움직임이 조금씩 부드럽게 변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글 적어가면서 생각들길 읽기에 따라 '재수없다' 볼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 어느 순간에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혜롭게 지나가지 못해 깨어질 날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급적 깨지기 전에 추스리고 싶고 깨어질 것을 하나씩 없어버리고 싶다.
우리의 매순간이 우리 삶이다. 지금 무엇을 하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그것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그것이 바로 이 순간 우리 삶의 모습이며 우리의 모습이다. 살아가는 한 순간을 짚어 넓게 펼쳐보라. 그 안에 우리의 삶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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