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기상조일까, 탐진치일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 31. 07:44

합창단에 대한 이야기, 내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원의 규모를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간부진이 교체되었으니 그들의 부담은 더 크리라 생각한다.

어제 연습을 나가니 단장님이 팀장에게 나와 갈등이 있었고 작년에 탈퇴한 이에게 우리가 지금 연습하는 음원을 다 보내주라고 했단다. 단장님과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고 했는데 내용은 알 수가 없고 음원을 보내주면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라고 하셨단다. 우리 팀원인 총무가 보낸 메세지에는 묵무부답이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살짝 불편한 마음, 싫은 마음, 섭섭한 마음, 여러가지 미묘한 마음이 일어났다. 순간 돌이켜 좋은 뜻을 세워야지 했지만 그 이후에도 이 사람이 다시 들어온다면 불편하겠다는 부정적 마음이 내면에 드리워졌다.


내가 속한 팀은 팀원이 적었고 다른 팀에 비해 실력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연습하면서 지휘자 선생님의 지적을 제일 많이 받았고 그런 이유로 노래하면서 스스로 부담을 갖는 이들이 많았다. 3년전 입단했을 때 팀원은 8명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12명까지 인원이 늘었는데 새로운 단원이 많으니 마음은 흡족해도 실력은 불안정했다. 또 그만 두는 이들이 줄줄이 생겨 금새 8명이 되었다.

돌이켜보건대 인원을 늘리는 것보다 있는 이들이 소수라도 마음을 맞축고 실력을 쌓아 견고한 틀을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오는 이들이 많지 않으니 오히려 서로 서로 마음내어 팀을 다지기에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었다. 누구를 데려오겠네, 말겠네 하는 것이 크게 기쁘지도 좋게 들리지도 않았다. 또 개인 사정으로 잠시 탈퇴했던 새 단원 2명이 조만간 다시 들어오기로 했으니 10명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서로 마음을 다져야 할 이 시점에 합창단이 불편하다고 나간 이를 무작정 끌고 들어온다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합창단이 불편하다기보다 내가 불편해서 나간 사람이다. 단장님의 마음과 의욕은 알겠으나 조금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간부가 교체되어 불안할 시기를 서로 서로 마음내어 다져가고 있는데 한가지 더 신경쓸 일을 만드는 것은 아닐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시기상조를 내세우는 이 마음이 그 사람을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편협한 내 마음을 교묘하게 가린 것은 아닌가를 고민하고 있다. 좋지는 않다.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도 뜻을 명확히 세우지도 않았다. 다만 그것이 무엇이든 불성의 자비와 지혜에서 비롯되고 나아가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무엇이 진실일지 잘 모르겠다. 시기상조인 것인지, 그렇다고 가리려는 교묘한 탐진치의 수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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