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체법이 공하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 28. 11:24

잠시 염불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염불하다가 생각들었다고 하니 엄청 불량하게 느끼지기도 한다. ^^ 그렇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불성에 닿아 한 생각이 홀연히 떠오른다는 그런 마음일 때가 있다. 맑아져서 알아야 할 것들이 그냥 떠오른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너무 좋은 해석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염불하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일단 쓰기 전에 굉장히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라 걱정이 된다. 지금 내 수준의 이해일 뿐이니 그래?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오늘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혼란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넘어서야 하는 혼란이며 지금은 많이 이상해도 미소지어질 날이 있을 것이니.


법화경을 읽다 보면 일체법이 공하다는 논조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허깨비같고 꿈같고 아지랑이같고 실체가 없고. 이런 비슷한 표현들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삼계가 그러하다고 하고 법이 그러하다 하고. 내가 문구를 다 정확히 기억하는 수준 아니라 조금 비껴나간 말이 될 수도 있는데 마음에 이는 생각은 그래도 자리잡혀 있다고 본다. 단지 명확하게 이리 저리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같기는 하다.


아무튼 이렇게 질문해보고 싶다. 불국토가 공임을 믿는가? 윤회가 공임을 믿는가? 불자라면 누구나 진실로 불국토의 존재를 믿고 윤회의 존재를 믿는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공하다는 것을 안다. 다시 말해서 윤회가 있다고 해도 맞습니다 할 것이고 윤회가 없다고 해도 맞습니다 할 것이다. 불국토가 있다고 해도 맞습니다 할 것이고 불국토가 없다고 해도 맞습니다 할 것이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지 모르겠다만 법화경을 읽으면서 닿은 나의 이해는 지금 이러하다. 매우 자유롭다. 그렇다고 막 나가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용하기 때문이다. 불국토도 믿고 윤회도 믿어 인과를 말한다. 그런데 일체법은 공하다.


제목을 제대로 잡은 것인지가 아리송하지만 이것이 지금 나의 최선이다. 글을 읽어 혼란한가? 나는 지금 미소짓고 있다. ^^ 좋은 혼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심각해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음에 담아두고 염불하고 경전을 읽다가 문득 문득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부처님, 도대체 일체법이 공하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부처님을 앞에 두고 질문도 해보고 답을 찾는 노력도 하면서.

가끔은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된다. 지금 그것이 다인가, 그것만이 진실인가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흔들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돌이켜보건대 그런 혼란함에서 고민하다가 한 발 더 나아가지는 때가 있다. 과정이 편안하지만은 않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자 노력하는 불자의 뜻을 법계는 존중하는 것 같다.


이 글은 아마 시작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더 밝게 알아지고 더 읽기 편하게 표현할 날들이 펼쳐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수준에서 시기상조의 글일수도 있지만 오늘은 한번 연못에 돌맹이 하나를 던져보고 싶었다. 그 물결의 움직임 속에 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