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해 관심은 없으나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궁금하여 이런저런 글을 읽어보았다. 고소인, 피고소인, 그를 각각 지지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웃음이 난 지점은 피고소인인 박시장을 지지하는 이들의 댓글들에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 살벌한 세상"이라는 글이 정상이라 느껴지는가. 이순신 장군을 빌어 "관노와 잠자리를 했다"라고 그를 달리 볼 것인가라는 주장이 적절하다고 느껴지는가. 진심이라고 해도 끔찍한 일이고 진심이 아니지만 단지 시장을 지지하기 위한 프레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진심이라고 한다면 범죄가 범죄 아니라고 하는 이웃들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이들을 이웃에 들이고 싶지 않다. 만약 진심이 아니라고 한다면 성추행에 대한 일반적일 정서마저도 거슬린 맹목적인 지지가 최상의 가치인 이웃들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 역시 이웃에 들이고 싶지 않다.
박원순을 특별히 좋아할 이유도 싫어할 이유도 없지만 이 사건을 통해 나에게 비치는 인간 박원순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적 욕망으로 인해 실수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오랜 시간 고정이 되고 발전이 된다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닌 잘못이나 죄를 저지른 바르지 않은 사람에 불과하다.
그가 만약 떳떳했다면 죽음을 선택하는 대신 맞서서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고발이 되고 얼마지 않아서 특별한 내색없이 죽음을 택했다. 미치거나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이 저질렀던 수치스러운 장면 장면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을 등에 짊어지고 세상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그의 죽음에서 중하게 보는 것은 마지막 메세지에 있다. 마지막 메세지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있었나? 짧은 시간 깊이 고민했을 그에게 진정 가치 있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게 한다. 자신으로 인해 오랜 시간 극심하게 고통받은 상대에 대한 죄스러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를 죽음을 택했으나, 사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 든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마음이지만, 불자의 시각에서 보면 별 의미 없는 죽음을 택했고 더 어지럽히는 선택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많이 불편했더라도 피해자를 향해 머리를 숙이고 자신의 삶을 다시 잘 정리해 나갔다면 아마도 그가 가진 좋은 점들이 크게 부각되는 날들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정치에 별 관심은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가 이렇게 남을 것 같다. 인권변호사일지 모르고 서민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고민한 시장일지 모르나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했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보다 약한 이를 괴롭혔으며 마지막조차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한 사람이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
떠난 이도 남은 이도 진정 중요한 것들에 마음을 두고 편안할 노력을 하기 바라며 합장함. 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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