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신통이 무섭지는 않을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0. 28. 10:05

누군가가 이런 글을 적었다.

지인 중에 기도 오래한 이가 있는데, '나는 내 죄업도 알고 인연에 대해서 안다. 눈에 보이는 세계 말고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안다. 밝고 맑은 마음으로 염불하라'고 했단다.

이 사람은 신통에 대해서 그렇게 사람 마음이 보이고 다른 세계가 보이면 무섭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나도 비슷한 고민을 잠시 한 적이 있다.

법화경 법사 공덕품에 보면 육근의 청정을 이룬 공덕에 대해서 자세하게 나와있다.

아비지옥에서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다보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안이비설신의 육근에서 보이고 들리고 알아지는 공덕이 생긴다.

대단하지 않은가! 멋진 일이다. 법화경을 받아지니고 읽는 나도 육근의 청정을 이루겠구나 싶은 환희가 마음에 가득 찼다.

그런데 그 순간 돌연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만약 지금 내 눈에 모든 것들이 보인다면 괜찮을까? 무섭지 않을까? 산만하지 않을까?'

그 당시라면 분명 좋은 것 이상으로 무섭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법화경 읽으면서 '내가 능히 감당할 수준이 될 때 자연스럽게 열리기를, 그리고 열렸을 때에는 세상을 밝히는 것에 도움되기를 바란다'고 발원했었다.

굳이 따지자면 보여서 힘들 수준이면 보이는 것이 의미없다. 힘써 구할 바가 못된다. 또 보여서 좋아질 것, 밝히는 것이 없다면 보이는 것이 의미없다. 예를 들어 법화경을 오래 읽어서 절에 가면 신장도 보이고 스님이나 사람들의 마음도 보인다는 보살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그렇게 보이고 들리는 것이 불법을 홍포하는데 어떻게 유익하게 작용하는가'가 몹시 궁금했다.


신통이 부담된다면 무섭다면 아직 열릴 시기가 안된 것이다.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다.

그때 열리는 그 공덕으로 바르게 알고 바르게 이끌 수 있다면 참으로 기쁘지 않을까 싶다.

그저 숨을 쉬듯 늘 수행하면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듯 자연스럽게 나에게 딱 맞는 방식으로 육근청정의 공덕이 열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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