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데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들은 전생에 악업을 많이 지어서 그거 갚으려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고 동의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자발적인 선택으로 포장되지만, 그 이면에 전생의 업이 작용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알아차리지 못한채 끌려다니는 삶을 아주 오랫동안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업의 갚음이 끝나면 달라진다. 뜻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몇년 쉬고 나서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생각한 조건들은 이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잘하는 것이면 더 좋고. 일의 대상이든 관련된 사람이든 나의 일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너무 오랜 시간을 일하고 싶지 않다. 돈은 생활비에 알파 정도. 참고로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1년 가까이 그 정도의 생각에 머물렀고 노인복지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방향을 정했었다. 뜻을 밝히니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중에 지인을 통해 장애인 시설 아르바이트를 권유받았다.
시설에서 일하는 나는 업갚음을 하는 것일까? 글쎄. 하지만 곰곰히 사유해보건대 뜻을 세우고 마음을 그렇게 쓴 결과 만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업갚음의 수준은 넘어선 것 같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발목잡힐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순전히 내 마음과 뜻이 어디에 머물러 있고 어디를 향하는가가 상황을 결정한다. 그렇게 느껴진다.
한번 생각해보라.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업에 끌려가는 삶인가 아니면 자유로운 선택으로 끌어가는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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