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염불은 밥같고 약같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2. 25. 12:06

제목을 보면 마치 내가 엄청 염불자같아서 많이 민망하다. 마치 건강을 위한 좋은 정보를 알아도 그대로 꾸준하게, 최적으로 행하는 사람이 많지 않듯 나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적는 것은 이런 게으른 나조차 신묘한 염불의 힘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향기에 물들듯 마음이 스스르 변하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제 직장에서 상급자가 아미타불 염불노래를 휴대폰으로 틀어놓고 일하면서 '나는 이게 참 좋다'고 한다. 그는 불자인데 시각이 부정적이며 자신과 남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기분내키는대로 사람들을 대하는 편이다. 좀 못된 어린아이 비슷하다. 좋은 말은 아니라서 이리 적는 내 업이 좋지 않은 의업, 구업에 가깝겠지만 그냥 그렇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나도 역시 좋다고 대답하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당신은 이 노래가 좋다고 하지만 아직은 그것에 충분하게 들어가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경험이 모두 같을 수는 없겠지만 염불을 진심으로 받아지니고 따른다면 그 마음이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에게서는 '내가 불자'라는 표현들을 자주 드러내놓는 것에 걸맞는 좋은 변화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것이 불자가 걸어가는 길고 긴 여정 중에서 보이게 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마도 마음으로 좋다 하고 밖으로 표현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깊고 짙은 탐진치에 대한 집착을 놓지 않으려 불성의 이끄심에 반하여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염불을 하고자 한다면 그저 마음을 놓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본다. 뻣뻣하게 굳은 나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몸과 마음의 불필요한 힘, 사악한 힘을 풀어버리고 당신 뜻대로 가겠으니 나를 불성의 지혜와 자비로 흐르게 하라 청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 괴롭고 괴로운 순간에 염불을 하다보면 뜨거운 햇볕 아래 청량한 바람을 맞이하듯 마음의 고통이 씻겨져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염불은 밥과 같고 약과 같다. 무언가 허전하고 무력함을 느낀다면, 이런 저런 고뇌로 마음이 고통스럽다면 밥을 찾는 주린 자처럼, 약을 찾는 병자처럼 염불을 해보시라 권한다. 좋은 것이 일어나고 나쁜 것이 물러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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