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월급날

향광장엄주주모니 2020. 2. 25. 18:46

돈을 번다는 것은 역시 즐거운 일입니다. 가끔 고향집에 와서 이리 저리 돈많이 쓰는 동생에게 걱정의 말을 하니 언젠가 이런 말을 합니다. '에이, 괜찮아, 누나. 돈, 이렇게 쓰려고 버는건데.' 그 말에 배운 바가 큽니다.


돈, 잘 쓴다면 버는 의미가 있는 거지요. 요즘 조금씩 기부를 하는데요, 버는 것에 비하면 정말 소소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나만을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는 것, 굳이 이런 표현을 하지 않아도 좋은 건 좋은 거니까요. 또 월급을 받으면 인터넷을 통해 지혜로운 법문으로 마음을 밝혀주는 선지식 스님의 사찰에 조금, 어머니가 다니시던 산 속 작은 사찰에 보시금을 보냅니다(정말 작은 금액이지만 인연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고 공양올린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오늘은 빼놓을 수 없는 부모님에게 기분 좋으시라 조금의 현금을 건네드렸습니다. 때때로 드리지만 월급날 드려보니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백수일 때에는 이 정도만 벌어도 괜찮겠다 싶은 기준 금액이 있었는데 취업을 하고 급여를 받다 보니 문득 돈 욕심에 흔들리는 자신이 알아졌습니다. 올해 초 시간외수당에 대한 규정 적용을 사측에서 멋대로(?) 변경, 적용하겠노라고 하니 일은 동일한데 급여가 적어질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일,이 주 가량은 부당함에 대한 어이없음(?), 분노(?), 억울함(?)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어떻게 하면 급여를 동일하게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런 것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자유로움이 사라지고 돈의 노예, 따르면 안되는 이들이 채우는 족쇄에 묶여 꼭두각시의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이 좋아도 나를 흐리면서까지 벌 이유는 없다 생각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기분좋은 월급날입니다.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으니 감사한 날이네요. 글을 읽는 모든 분들, 가급적 마음 즐겁게 일하여 돈을 벌고 그 돈을 기분좋게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축을 하든 사용을 하든 지금 당장 생을 떠나도 후회없도록 그렇게 잘 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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