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차를 한잔 마시던 중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머리가 아픈데, 스님이 자신의 영이 맑아서 그런 것이라고 했단다.
그럴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 말에 스님의 이야기를 완전하게 수용하지 않는 나의 태도가 탐탁치 않은 모양인지 스님이 한 말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도 어떤 사람과 말을 섞다보면 머리가 아프다.
(복잡하고 꽉 막힌 상대를 느끼는 순간 '아미타불'이 절로 나온다.)
나도 영이 맑아서 그런건가?
예전에 황전 스님의 블로그에서 비슷한 글을 본 적이 있다.
황전 스님과 그 스승님이 어떤 스님들(겉으로만 그럴싸한)을 대상으로 법을 설하게 되었는데, 법을 듣던 상대가 정신을 못차리는 상황이 발생했다(비몽 사몽 그런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수행을 하던 황전 스님들의 에너지(?)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이 경우에는 법을 듣던 이들이 영이 맑아서 정신을 못차리고 혼미해진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을 설하는 이의 에너지가 맑고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머리가 아픈 것은 영이 맑아서인가? 탁해서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영의 맑고 탁함이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상태가 더 강한가에 따라 영향을 주는 이와 받는 이가 결정되는 것 같다.
만약 지인의 정신력이 더 강했다면 지인은 상대의 에너지에 눌리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법을 듣던 이들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황전 스님과 스승님을 능가할 정도의 정신적 에너지로 충만해 있었다면 오히려 황전 스님쪽의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아마도 지인은 맑은 영의 소유자일지 모르지만, 충분하게 강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또한 그러하다.
생활하면서 여러 상황에서 전진하고 후퇴함이 이런 정신적 강인함을 갖추어나가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늘 분별없이 모든 상황과 마주하여 내 할 바를 다 해나가기 바라지만, 가끔은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임을 느끼는 순간 뒤로 한발 물러나 숨을 고르고 나를 단단히 단련시킨 후 다시 전진한다.
내 역량을 넘어서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패하기 쉽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단지 영이 맑은 사람이 될 것인가?
맑은 것은 좋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나는 맑고도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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