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길을 가다 작은 수레를 끌고 가는 남자분을 만난 적이 있다.
형색이 초췌한 그는 대뜸 우리를 마주하자 '배가 고프다'고 하였다. 이 먹을 것 많은 세상에 배가 고프다니. 그렇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눈앞에서 배고프다는 사람을 만나니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충격적이었다. 수레에는 빈병 2, 3개와 약간의 폐지가 있었다. 정말 고달픈 삶인 것이 느껴졌다.
돈을 천원만 달라고 했지만 휴대폰만 들고 걸어가던 나처럼 지인도 현금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지인이 가지고 있던 초코바를 하나 건네니 이거라도 받아 다행이라 하며 다소 웃음을 보이던 그 사람.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다가 이상하게 마음이 쓰여 혹시나 싶어 휴대폰 지갑을 열어보았다. 비상금으로 챙긴 작게 접혀진 만원짜리가 한장 들어있었다. 길을 돌려 뛰어가 그를 불러세웠다. 아저씨에게 만원을 건네며 꼭 식사를 하시라 하니, 비상금이란 말에 선뜻 받지 못하며 남편에게 싫은 소리 듣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내 걱정을 했다. 자신이 젊었을 때에는 이렇지 않았다며 고마움을 거듭 표하는 아저씨와 나는 오랜시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물을 살짝 비추는 그를 바라보며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아픈 순간이었다.
사찰에서 이런 법문을 들은 적이 있다. '도인에게 공양하는 것이 공덕(?)이 더 크다. 모든 생명이 귀하지만, 도인에게 공양하면 그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바른 가르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똑같이 표현할 수는 없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 말에 공감하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오늘날 얼마나 많은 도인들이 참으로 바른 가르침을 펼치는가 의문이다. 그리고 고통받는 이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한다면 나로서는 그것이 참된 공양이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불성이 있으니 성철스님의 말처럼 사람 돕는 것이 부처님전에 올리는 불공이 아니겠는가.
인연따라 사찰에 이런 저런 작은 공양을 올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배고픈 이에게 건네줄 수 있었던 만원이 올해 내가 올린 공양 중 가장 의미있는 공양이 아닐까 싶다. 만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그에게서 중생의 아픔을 보았고 다시 피어날 불성을, 편안함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모두가 평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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