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집으로 합가하여 들어온지 이제 3년 차다. 혼자 지낼 때에도 워낙 청소를 한번에 몰아서 하는 편이었고 집에 들어와서도 그렇게 지냈다. 오래된 아파트라 바닥재가 훌륭하지 않아서인지 연로하신 부모님이 가끔씩 하는 바닥청소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청소에 별 취미가 없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몇 번인가는 물걸레로 열심히 밀고 닦고 했는데 그러면서 스스로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곳은 청소를 해도 반짝거리지 않을거야. 리모델링 외에 답이 없다. 언제 할까, 리모델링' 덕지 덕지 낀 때가 바닥과 혼연일체되어 분리될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러던 거실이 요즘 매끈매끈 반짝거린다. 기관지가 약하다는 의사선생님의 진단에 위기의식을 느껴 공기청정기도 사고 청소도 열심히 하는데 그 중 바닥의 변화가 정말 놀랍다. 아직 한 달도 채 안되었지만 매일 진공청소기로 밀고 새로 구매한 물걸레(누구는 쓰기 어렵다는데 나는 쉽다 생각들고 일단 최장점은 세척이 너무 간단하다)로 밀고 한다. 거실 바닥의 변화에 가족 모두가 놀라고 있다. 이제는 매일 하지 않아도 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바닥이 매끈거리니 별 반응없는 아버지도 좋다 하신다.
청소 이야기가 너무 당연한 일이라 적기도 민망하다. 그 민망한 일을 하고 있다. ㅋㅋ 그런데 문득 생각들길 수행도 이런 것이지 싶어졌다. 청소 도구를 구하듯 나에게 맞는 수행의 방법을 찾아 꾸준하게 바른 방식으로 해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갖춰야할 수행의 모습이 아닐까.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던 바닥의 때가 사라져 바닥 본연의 반짝거림과 매끈함이 조금씩 드러나듯 우리 모습도 그렇게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만약 적절한 도구를 구하지 않는다면, 만약 그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여 꾸준하게 행을 짓지 않는다면 바닥은 아주 오랜 시간 더러운 그대로 있을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수행법이 있으며, 그 수행법을 바르고도 꾸준히 실천해감으로써 우리는 변화한다고 청소가 내게 말을 건넨다. 청소에서 수행을 배우니 오늘은 청소가 내 선지식이다. 그 안에 부처님이 깃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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