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피하는 것이 참된 문제해결이 될까.

향광장엄주주모니 2019. 12. 19. 14:07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다양하다. 그 중 문제에서 이격되는 것, 멀어지는 것, 회피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선택한다. 고통을 벗어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문제해결이 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30대의 직장생활은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2, 3년에 한번씩 근무지를 이동하며 10여년을 지내오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기쁜 날이었지만 늘 가시처럼 시작되어 폭풍처럼 휩쓸고 가는 고난으로 마무리되었다. 고난에 빠져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사람과 환경이 모조리 바뀌는 근무지 이동은 늘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 이건 어디를 가도 생기는 것이구나.'


당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깊이있게 공부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내가 있는 한 어디를 가도 동일한, 정말 비슷한 고난이 생기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직장을 떠나 한참 뒤에야 그런 고난을 일으킨 것이 그 당시의 나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불교적 언어로 업이니, 인연이니, 습이니 하지 않아도  그렇게 마음을 쓰고 그렇게 행동을 하는 나로 인해 모든 일들이 싹터간다는 것을 말이다. 해결책은 새로운 환경에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은 문제를 일으키는 나에게 있으니 나의 변화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이것을 제대로 통찰했다면 삶은 아마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통한 경험과 그것으로 인한 깨달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하나의 굵은 획을 그어준 것 같다.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싹튼다. 그러니 문제해결은 나에게 달려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가 나라는 이해가 없다면, 그래서 나를 바꿔가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대상과 환경을 피함으로 얻게 되는 편안은 잠시잠깐의 편안이며 불안한 편안이 되기 쉽다. 그러니 피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자신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 노력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깨지지 않는 참된 편안을 가져온다.


생각의 한 단면을 적어보았다.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단순하기도 하지만 복잡하기도 하다. 그래서 삶의 한 단면에 대한 답을 구할 때에도 이 글같은 하나의 생각이 모든 사람들, 모든 상황에 충분한 답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고통스런 현실, 대상에서 떨어짐으로써 편안을 이루는 해결책'에 더하여 불자로서 조금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