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낮잠을 잤다.
두가지 꿈을 꾸었다.
1.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마트에 있었다. 거기 사찰의 합창단원들이 들어왔다. 파트의 한 팀장이 나에게 은근히 이런 말을 건넨다. 어떤 사람이 열이 떨어지지 않아 위급한 상황인데, 합창단장이 내가 그에게 신장을 줄 것을 결정했단다. 화가 났다. 내 일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것, 그것도 자기가 못할 일을 남에게 시키는 것은 정말 기분나쁜 일이었다. 마트바닥에 앉아 다른 단원에게 화가 나는 것을 그대로 표현했다.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요즘 딱 내 마음이다. 자신이 하지 않을거면서 남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마땅치 않다.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면 자신의 뜻에 따라 분위기를 조성하고 의견을 모아가고 그것으로 자신의 욕망을 관철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될 때가 있다. 거기에 힘을 보태고 싶지 않고 특히 그 대상이 나라면 불쾌하기까지 하다(쉽게 말해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의도가 선명하게 느껴지면 정말 싫다).
특별하지 않다면 다 내어주고 말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욕심부리는 사람이 싫다. 그 마음에 부응하고 싶지 않다.
불성은 무엇으로 나를 이끄는 것일까. 잘모르겠다. 어느 순간 내어주고 어느 순간 마음을 거둬야 하는지 아직은 잘모르겠다.
2. 정말 좁고 가파른 산길을 내 작은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옆에 사람을 한명 태우고 올라가는 그길은 좁기도 하거니와 옆으로 벗어나면 낭떠러지같은 그런 길이었다. 뾰족한 산에 난 좁은 길이라고 보면 딱 맞다. 그런데 저 앞에 어떤 이가 자기 몸의 몇배나 되는 짐을 짊어지고 올라가고 있다. 순간 생각했다. 평상시 같으면 당연히 태워줘야 하는데 차를 세울 갓길도 마땅치 않고 너무 경사도가 커 차를 세우면 다시 올라가기도 어렵고 뒤로 밀릴 것도 같고 너무 위험하다. 그리고 저 사람의 짐은 너무 크다. 내 차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그 사람을 지나치면서 다시 생각하기를 앞에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으면 일단 차를 세워 그를 태우자 했다. 그런데 어렵다. 길을 가다보니 좌측으로 공간이 있는데 사람들이 야영을 하는지 내 차의 불빛에 침낭과 사람의 모습이 여러 개 비춰진다. 그 사람도 여기에 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나친 그 사람을 태울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다. 야영공간을 지나쳐 올라간다. 앞을 보니 길이 너무 좁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일단 차를 후진시켜 내려가야겠다. 차를 후진하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사이드미러, 백미러도 보이지 않는다. 브레이크를 힘껏 밝아보지만 이러다가는 침낭 속에 있는 사람을 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직 바퀴에 무언가를 치는 느낌은 없다.
나의 능력을 벗어나는 듯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바른 것일까? 잘모르겠다. 짐을 든 사람에게 손을 내어주고 싶지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인지도 가늠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면.
이렇든 저렇든 차를 세워 그를 태우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바른 것인가?
나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감당하기 어려우면 일단 역량이 갖춰질될 때까지 준비하고 다시 그 상황을 마주하려고 해왔다.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무언가 생각해야 할 시점인가 것 같기도 하다.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가던 그 사람은 내가 어떤 것을 깨닫기 원하는 것일까? 내 불성은 나에게 무엇을 깨달으라고 이런 꿈의 경계를 펼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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