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꿈에)가격을 모르는 나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8. 25. 20:08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꿈을 꾸었다.

어릴 때 살던 집은 1층이 슈퍼, 2층이 가정집이었는데 꿈에 집이 자주 등장한다.

꿈이 매우 상징적이지만, 내 무의식이 보여주는 여러가지 정보들, 내가 알기를 바라는 그런 정보들을 꿈을 통해 여러차례 만나온 것 같다.

오늘도 집이 나왔다.


가게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데, 아버지가 부재중이었다.

아버지가 모든 가격을 알고 있는데, 나는 가격을 정확하게 몰랐다.

4, 5명의 사람들이(아는 사람들 같았다) 과자, 초콜릿 등 여러가지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가격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다가 어렵게 가격을 정해 계산해갔다.

내가 손해보면 안되지만 더 받는 것도 맞지 않다는 생각, 일단 아버지가 없으니 내가 어떻게 해나가야 된다는 생각, 어떻게 하면 가격을 제일 근사하게 맞춰나갈지에 대한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이 물건을 얼마에 샀었냐고 되물어가며 계산을 하던 중 계산하던 것이 다 엉망이 되었다.

단순한 더하기인데 꿈 속에서는 잘 계산되지 않았고 몇가지 되지 않았던 물건인데 대강 정한 물건의 가격들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계산기를 이용해서 빨리 더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임의로 정한 가격도 생각나지 않았고 다시 물건가격을 정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다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깼다.


꿈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처음에는 이런 생각에 마음이 닿았다.

'정확하지 않은 걸로 고민하다니. 차라리 외상으로 처리하고 나중에 아버지가 오면 정확하게 계산하자고 하면 됐잖아.'

쓸데없는 짓거리를 한 나에 대해서 이렇게 처리하면 명확하다고 스스로 기분 좋아한 것은 몇 분에 지나지 않았다.


뭔가 찜찜했다.

다시 생각해봤다.

문제는 내가 가격을 모른다는 거였다. 알지 못하면서 아는듯이 처리해나가는 그것이 정말 문제 아닌가.

아버지에게 가격을 정확히 배우고 아버지가 있든 없든 바르게 일처리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가장 좋은 모습이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모든 가격을 아는 아버지는 부처님이리라.

정말 엉뚱한 가격은 아니기에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결국 정확하지 않은 가격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나는, 경전과 염불을 통해 배운 부처님 가르침이기에 정말 엉뚱하지는 않지만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알음알이로 사람들을 대하는 나이리라.

아마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 더 명확하게 배워야 한다는 불성의 인도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스스로도 어느 정도 부처님 가르침에 닿아 있다고 믿는 나에게 아직은 그런게 아니라고 불성이 보여주는 것 같다.

아버지에게 배워야 한다.

경전을 읽고 사유하고, 염불에 정진해야 한다.

아직은 정확하지 않으므로 더 정진할 것을 부처님은 말씀하시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그래도 경전 더 읽고 더 염불하니 유익하지 않을까?


언젠가 꿈을 꿀 때에는 능히 모든 가격을 다 알아 정확하게 팔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