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꿈 속의 나에게 묻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1. 7. 08:12

사람과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 후에는 꿈을 자주 꾼다. 무의식에 닿을만큼의 인상이었음을 말해주는 현상이겠지만, 내가 진짜 어떤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가끔은 상황이 이렇게 되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찰에 대한 고민을 해서였을까, 지난 새벽녘에 꿈을 꿨다.

한 사찰의 법당같은 넓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는데 이부자리가 쭉 깔려있었다. 한쪽의 방에는 여자들이 다른 방에는 남자들이 누워있는 듯 했고 사찰의 친구가 누워있는 자리 옆에는 내 자리도 있었다. 꿈에서 알기로는 하나의 행사같은 것이었는데, 그 곳의 신도들이 그 날 밤에 남녀가 서로 만나 합방을 한다고 했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는가?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친구의 머리맡에 그곳 소속의 사람과 서있었는데, 한 사람이 옆에 다가왔다. 지인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사람이 나간다고 하는 말에 '나도 집에 엄마때문에 일이 있어서 가야 된다'고 말하고 그를 따라 그곳을 벗어났다. 그곳을 나와 두세명의 사람들과 걸어가는데 내가 '저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하니, 한 사람이 '그렇게 남녀가 만났을 때 서로 원할 때에만 합방을 하는 것'이라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로 변명하듯 답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그래도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꿈을 깼다.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혼자서만 그곳을 벗어났을까? 잘못되었다고 알았으면 사람들을 이끌고 나왔어야 했는데. 친구라도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건 잘못된 거야. 여기서 나가자고 한들 그 사람들이 내 말을 듣고 따라나올까?' 

물론 내 생각이 다 바르다고 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이상하지만 괜찮은 일일수도 있고, 그 순간이 잠시 이상하지만, 순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잘못된 일일수도 있다. 늘 잘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다시 궁금해졌다. 무언가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나 혼자 그것을 벗어나면 과연 좋은 것인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바르게 알았으면 아는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설령 다른 이들의 마음을 다소 불편하게 하더라도. 


꿈 속의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냐고. 모르겠다고 말하며 물어보고 있지만, 방향은 정해진 것이 아닐까. 나에게 청한다. 다만 바라건대 알아차림은 날카롭고 정확하기를, 표현은 부드럽고 원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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