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0. 5. 10:47

기도를 많이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

내 글에 많이 나오는 예의 '영이 맑은 사람'.

요즘은 말을 섞지 않지만, 요즘 어떤 이를 보면 이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예전의 일이다.

늘 기도를 많이 하는 그녀는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기도를 한다고 했다.

'기도를 해주는 것이 좋은데,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이 죽으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니 당신의 기도가 없어도 괜찮을 그런 자식, 그런 상태가 되도록 하는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어서 그리 말했던 것 같다.

그랬더니 이상하게 말이 돌아간다. 남편과 자식 위해 기도한다고 했는데 남편이 이미 충분히 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자식들이 이미 잘나가고 있다(정확한 표현이 기억나지 않는데 이런 의미였다)고 화를 내듯이 말을 한다. 남편은 이미 가피를 많이 받아 더 필요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기도를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기도를 할 것이다. 다만 그 순간 내가 하는 말이 기분나빠서 그렇게 반응했다고 본다. 그래도 하나의 중심, 일관성을 가지고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럴때는 이렇게, 저럴때는 저렇게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그녀는 어린 아이처럼 느껴졌다. 어른의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순수하다고 하고 영이 맑다고 하면 정말 이상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걸 순수하다고 한다면 오염되기 쉬운 순수, 가벼운 순수, 흔들리는 순수, 미숙한 순수라고 하겠다.


네이버의 한카페에서 나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이가 있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미 오래된 시비였고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고 지지하지 않는 내가 싫은 것은 알겠는데, 그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말해서 거기에 답을 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단어 하나"를 꼬투리 잡는다.

그래서 질문을 해도 답하지 않으려고 했다. 논쟁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이 너무도 확연했고 어거지를 쓰면서 자신만이 옳다는 그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다음과 네이버 카페의 닉이 다른 것을 무슨 큰 의도가 있는냥 '내가 모시깽이를 못마땅해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다.

우리 둘만이 알 일인데 내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았다나 뭐라나 그런 말을 해가며 사람들 보라고 글을 올린다.

민망하다. 내가 못마땅하다고 해도 그것이 카페에 올릴만큼 중한 일인가? 본인이 중한 건가, 내가 중한 건가?

이미 오래된 시비였다.  자신과 다른 말을 하는 내가 마음에 안들어서 힘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가지고 놀듯 조롱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닉을 가지고 말한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바가 있으니, 막말하지 않고 평이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힘들다.

정말 정말 정말 답답하다. 그래도 그 오해를 풀어줘야지 싶기도 하고 이제 이런 글들을 주고 받고 싶지도 않아서 길고도 긴 글을 적었다.

안그래도 피로할 카페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민망했지만, 이런 다소 일방적이고 어리석은 상황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카페 알리미로 뜬 글에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한다.

ㅎㅎㅎ(비웃음이 아니라 답답하여 나오는 웃음이다)


예전부터 댓글을 주고 받을 때 이상했다. 아무래도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드러난 글만 제대로 이해해도, 행간의 뜻까지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하리라 싶은 상황에서 늘 이런 식이다. 이 사람을 보면 예의 '영이 맑은 사람'을 보는 것 같다. 어른의 몸을 하고 어른의 말을 하지만 유치한 어린아이같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그 모든 상황들이 싫다고 징징거리는 아이같다. 그래서 대화를 할 수가 없다.

무서운 것은 그런 상황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너무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듣기 좋게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무섭다. 점점 더 강하게 자신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기에. 무엇이 이들에게 정말 좋은 것일까? 


조계종의 사태를 많은 이들이 비난하지만, 불자라면 이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은 누구란 말인가?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악업을 일삼는 가짜 승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더 큰 힘을 실어준 이들이 누구란 말인가?

그러니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자라면 이상한 것에 대해서는 적어도 칭찬대신, 수용대신 침묵했으면 좋겠다.

오늘 우리가 하는 언행이 좋은 것을 자라게 하고 강하게 만드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악하고 어리석은 것이 힘을 잃게 만드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맞다, 불법의 한자락만 잡고 있으면 언젠가 다들 부처님이 된다. 하지만 가다가 다시 돌아오고 한번에 갈 것을 이리 저리 돌아가게 하는 일에 힘을 보탠다면 불자의 자비가 아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