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법회에서 정치인의 발언

향광장엄주주모니 2018. 10. 21. 16:27

한달여만에 사찰 법회에 참석했다.

법사스님을 초청해 법문을 듣는 날인데, 초청받은 분이 30분 정도 늦게 도착하신다고 하여 주지스님이 우리 지역 국회의원에게 그 시간 동안 말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오 마이 갓' 했다. 정치인의 자기 주장을 듣기 위해 법회를 간 것이 아닌데. 스님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만 그런 것에는 조금도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잘 생각할 일이다. 사찰이 정치인과 최소 필요한 것 이상을 교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가를,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모두 고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권당일 때 왜 그 정도로밖에 못했는지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반성하지 않은채 여당의 잘못만 성토하는 의원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여론 조작을 한 집단이 여론 조작을 시비하면 스스로 우스워질 뿐이다. 사람의 생명도 우습게 알던 사람이 퓨마를 귀히 말하니 정말 우스울 따름이었다.

물론 그의 말처럼 현 정부의 정책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힘들게 몰아갈지 걱정스럽기는 하다. 돈 주니 좋다. 그런데 그 돈은 누구한테서 받아낼 것인지. 계산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어설프게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극심하게 초토화시킨 이 나라를 문재인 정부가 다른 방향에서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정치에 관심없고 정치 모르는 나도 걱정이 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도덕적으로 결함없는 이가 없는 이 판에서 누가 국민을 위해 현실적인 고민을 할지, 힘있게 일할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인연따라겠지만 앞으로 사찰에서 정치인의 발언을 듣고 싶지 않다. 사찰은 밝히는 곳이지, 흐리는 것을 돕는 곳이 아니다.


지난날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절에 다니는 사람이 그나마 착하니 절다니는 사람을 찍으라고 말한 이가 있었는데.

"이 사람아. 그대는 잘못 알고 있다. 절에 다닌다고 착하지 않다. 그리 말한다면 그대는 멀었다. 승복을 입고 죄업에 찌든 이들을 모르는가? 기도 열심히 한다면서 자기 욕심만 채우는 이를 못보는가? 착하고 착하지 않음은 절에 다니고 안다니는 것에 있지 않다. 오로지 그의 마음에 있을 뿐." 선거가 끝나니 사찰에 얼굴 보이는 이가 없다. 그리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일까? 


오랜만의 법회였지만, 크게 기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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