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을 하고 나서 글을 적고 능엄주를 읊는데 '잘되게 해주라'는 그 마음의 잔상이 이어졌습니다. 문득 '미안하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되었습니다.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적고 싶어졌습니다. 나로 인해 불편한 마음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그 이상은 잘모르겠네요. 미안한 마음 이후에 어떤 지혜로 나아갈지. 아직은 그 정도입니다.
이제 이 단계가 되는가 보다 싶기도 합니다. 과정들을 겪어 이렇게 나아가게 되나 보나 싶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이가 힘들게 하면 그것에 영향받으면서도 동일하게 미워하지 않은 마음으로 돌이킬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대의 마음 또한 귀하게 바라봐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마음닿게 되었습니다. 상대에게 휘둘리는 것과는 다를 것입니다. 부처님이 나에게 전하셨듯 '잘되게 해주는' 그 마음에 견고한 가운데 밝고 편안하게 지어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지만, 절대 불가할 것 같은 마음자리에 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을 보면 불성은 살아있어 우리를 끊임없이 이끌고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염불의 잔상이 능엄주로 이어진 시간 동안 뜬금없지만 마음으로 '미안하다' 전했습니다. 실제 적어 전하지 못했지만 법계에서 마음으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불재님, 미안합니다. 느림님, 미안합니다. 당신들의 마음이 불편했음에 대해 미안합니다. 그대들의 수행이 여법히 지어지기를 진심으로 발원합니다.
이리 글 적는다고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오래고 깊은 습이 문득 문득 머리를 들고 나올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제 발 하나를 내딛었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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