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커브길을 도는데 차가 한쪽으로 휘청한다.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잠시 볼일을 보고 난 뒤 아파트에 주차를 하면서 타이어를 살폈다. 뒷쪽 타이어 중 한 쪽이 과하게 눌려있었다. 병원가거나 차량정비받거나 이런 일들은 한번 가기 위해서 엄청 벼르고 벼르는데 오늘따라 정비소에 가야겠다는 마음도 그냥 들었고 외출했던 김에 정비소로 향하는 그 과정이 너무나 평이했다.
오일이나 타이어 같은 부분을 점검해달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니 앳된 기사가 나와 주행거리는 많지 않지만 오일들도 타이어도 밸트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어보니 금액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가장 시급한 것부터 반 정도만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련하여 그보다 더 경험많은 기사에게 무엇부터 교체할지를 물어보고 나서 정비를 맡기고 돌아서 나오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바꿔야 되는 것인데 몇 달 더 탄다고 좋은 일이 무엇인가. 어차피 교체해야 하는데 비용이 너무 든다고 물러서는 내 마음이 어리석다 느껴졌다. 다시 걸음을 돌려 오일들도 다 교체해달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시간 반이 소요되었고 생각보다 비용이 크지 않았다. 다행이지 않은가. 필요한데 쓸 수 있는 돈이 있으니 다행이며 차량이 위험할 지경까지 가지 않고 이 무덤덤하고 게으른 나를 일으켜 늦지 않게 정비받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정비가 끝난 차량을 받으며 진심으로 기사에게 감사하다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나와 가족을 위해 오랫동안 힘써준 부품들에게 감사하다 말했다. 사람도 오래되면 늙고 축나는 것을 오랜 시간을 일해주고 떠났으니 그동안 감사함없이 차를 타고 돌아다닌 나의 무심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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